■ Leadership - 황동혁 감독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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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병헌의 인연은 영화 ‘남한산성’(2017)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병자호란 중 인조에게 청과 화친을 맺고 후일을 도모하라고 설득하는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았던 이병헌은 직접 극장에 찾아가 관객의 반응을 보며 “내가 노력한 걸 보상받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남한산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 만족도는 황 감독을 향한 신뢰로 이어졌다. 이후 인연을 이어오다가 ‘오징어 게임 시즌1’에 프론트맨으로 특별출연했다. 당시만 해도 속편이 제작될 것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병헌은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황 감독을 돕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가면을 쓰고 있는 장면은 다른 배우가 촬영하고, 가면을 벗을 때부터 이병헌이 직접 연기했다. 이병헌은 “시즌1에 특별출연했는데, 그 작품이 성공했을 때 기대가 되더라. ‘나 살았으니까 시즌2에 나오겠네?’라고 황 감독에게도 말했다”면서 “‘6개월 만에 13권의 에피소드를 썼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짜임새 있게 썼을까’ 감탄했다. 연출도 잘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데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감독”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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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배우 공유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또 다른 수혜자로 꼽힌다. 시즌1에 ‘딱지남’으로 잠깐 출연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 결과 시즌2에서는 1화 ‘빵과 복권’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두 사람의 인연은 약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유가 군대에서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감명 깊게 읽은 후 영화화를 제안했고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준비하던 황 감독은 공유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특별출연해 줄 거지?”라고 제안했다. 이번에도 특별출연 형식으로 참여하는 공유는 “큰 희열을 느낀 작품이었다.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시즌2에서 너무 재미있게 놀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유는 시즌2 출연 부담에 대해 “세계적으로 너무 잘되다 보니 책임감도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연기적인 재미가 커서 신났다”면서 “사실 이렇게 잘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한국 사람들이 아는 전통적인 게임을 세계인이 어떻게 볼까 하는 노파심이 있었는데 난리가 났다. 제가 한 것도 없는데 로또 맞은 느낌”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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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대표

‘오징어 게임’을 제작한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는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남한산성’에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그리고 김 대표는 김 작가의 딸이다. 다수 영화를 만들어오던 김 대표는 아버지의 대표작인 ‘남한산성’을 직접 스크린으로 옮겼고 황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김 대표는 2009년, 상금 10억 원을 놓고 생존 게임을 벌이는 영화 ‘10억 원’을 제작했다. 당시 이 영화에는 다양한 게임이 등장했고, 이는 향후 제작되는 ‘오징어 게임’의 설정과 맞닿아 있다. 김 대표와 황 감독의 만남, 그리고 ‘오징어 게임’은 필연으로 묶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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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 음악감독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희 인형처럼 단박에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리코더로 단조롭게 부는 ‘웨이 백 덴(Way back then)’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정재일 음악감독을 통해 탄생됐다.

시즌2에는 이 멜로디가 더욱 다양한 악기로 연주된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일렉트로닉 비트를 넣어 더욱 강렬하게 극의 분위기를 고양시킨다. 정 감독은 “시즌1은 맨땅에 헤딩이었지만, 이번에는 일단 저에게 재료가 있었지 않았나. 시즌1의 테마를 쓸 수 있는 아카이브가 생겼고, 거기서 출발해서 많은 것들을 펼쳐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황 감독에 대해 “즉흥적으로,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해 주시는 편”이라며 “항상 담담하고, 디렉션을 많이 주시지 않는다. 제가 무언가를 드리면 피드백을 주신다. 감독님들께 음악을 들려드리면 숙제 검사받는 기분이 들게 된다. 전날까지는 ‘망했다’ 이러다가, 황 감독님이 워낙 유쾌하고 따뜻하시니까 만나면 또 사그라들더라”고 얘기했다. 황 감독 특유의 따뜻한 리더십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