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궐련형 제품비중 16%로 늘어
고혈압·고혈당·당뇨 ‘빨간불’

몸에 덜 해롭다는 생각에 궐련형 전자담배 애용자가 매년 늘고 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비사용자 대비 최대 3.2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 증후군은 고혈압·고혈당·당뇨병 등 신진대사와 관련한 각종 성인병이 복부비만과 함께 발생하는 질환으로 초기 예방이 중요하다.

3일 한국지방세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조정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 역사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된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넣은 카트리지를 가열해 증기를 흡입하는 ‘액상형’이었다. 2000년대 후반 국내에 처음 들어온 전자담배도 이 같은 액상형이었다. 그러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나왔다. 궐련형은 연초 잎을 태우지 않고 고열로 쪄서 나온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라 ‘가열담배’라고도 불린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2017년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출시하면서다. 2017년 국내 담배시장에서 2.2%에 불과했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비중은 이후 해마다 급증해 2023년 16.9%까지 치솟았다. 2023년 일반담배(궐련담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8%(30억9000만→30억 갑) 줄어든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12.6%(5억4000만→6억1000만 갑) 증가한 것을 봐도 흡연자들의 전자담배 선호가 잘 드러난다. 전자담배 이용자들은 통상 건강에 덜 해롭거나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최근 아주대의료원·이대서울병원·미국 콜로라도대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담배로 인한 질병’(Tobacco induced diseases) 최신호에 게재한 연구결과는 전자담배 애호가들의 이 같은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한국의학연구소(KMI)에서 2019년 건강검진 받은 17만8004명을 추적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1.68배나 높았다. 또 현재 일반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3년 이상 피운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2.17배에 달했다.

특히 과거 일반 담배를 피운 경험이 전혀 없으면서 3년 이상 궐련형 전자담배만 사용한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비사용자와 견줘 3.20배까지 치솟았다. 흡연 횟수도 변수가 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하루 16번 이상 사용한 사람은 하루 1∼5회 사용한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1.33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낮은 위험을 초래할 것이란 가정을 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