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이던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적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정국 불안은 더 커졌다. 윤 대통령 수사·체포·구속과 헌법재판소 심리 등을 둘러싼 논란이 겹겹이 쌓이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국민 여론은 말 그대로 양분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마저 신뢰를 상실하면, 정치적 내전 상황이 빚어질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위험한 불씨가 곳곳에 뿌려지고 있다.

우선,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일부 재판관들의 야당 편향 논란이 악화 일로다. 그런 와중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과도하게 서두르면서 정작 이미 결정했어야 할 심판은 하릴없이 미루는 ‘선택적 속도전’ 의혹까지 자초한다. 헌재는 오는 2월 6일부터 윤 대통령 심리를 오전 10시부터 온종일 진행한다고 한다. 오후 2시에 시작해 3∼4시간 열렸던 재판 시간을 대폭 늘려 집중심리를 하겠다는 것으로 11, 13일까지 하면 8회를 마치게 돼 빠르면 2월 말∼3월 초에 심리가 끝나게 된다. 대통령 탄핵 여부의 신속한 결정 필요성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이다. 윤 대통령 측 항변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반면, 한시가 급하고, 사안이 복잡하지도 않은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과 가결 정족수 문제에 대한 심리는 질질 끌고 있다. 오는 5일에야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대통령 아닌 일반 공무원’ 가결 정족수로 밀어붙이는 것을 용인하면, 대통령 대행을 과반 의석 야당이 맘대로 직무정지시키는 것을 거드는 셈이 된다. 게다가, 2월 3일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을 보류한 것이 위헌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은 야당 대표와 상당한 친분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은 동생과 남편이 ‘윤석열 탄핵’ 조직에 참여했고,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등 정치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는 게 타당한 사안이다. 이들과 정정미 재판관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에 찬성하는 등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