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공개 기밀정보를 공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발언량이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계산된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카메라 앞에서 7시간 44분 동안 단어 8만 1325 개를 쏟아냈다. 이는 영화 스타워즈 3부작을 합친 것보다 길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햄릿, 리처드 3세를 합친 것보다 많은 단어다. 취임 첫 주 2시간 36분 동안 2만 4259 개를 말한 바이든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말의 양이 3배 이상 넘는 것으로 계산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를 시작하던 2017년보다도 말을 훨씬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취임 후 첫 주에 카메라 앞에서 쏟아낸 말은 3시간 41분 동안 단어 3만 3571 개 정도다.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뱉는 말의 양 때문에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기록해야 하는 백악관 속기사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달 20일 취임일에만 2만 2000 단어가 쏟아졌고, 24일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재해 현장에서는 1만 7000 단어가 이어졌다. 백악관은 현격히 늘어난 속기사 업무 때문에 인력 증원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자리에서 쏟아내는 말의 양도 많지만 다양한 주제를 논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 29일 불법체류자 구금법안 서명식에서 자신의 치적 자랑,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규탄, 연방지출 동결 노력, 정부 인력 감축, 이주민 폭력, 불법체류자 관타나모 수용안 등을 쉴 새 없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중에는 이미 허위정보로 검증된 발언도 있고, 가자지구 주민 강제이주처럼 심각한 논란을 부른 즉흥적 제안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라는 사실 때문에 발언 하나 무시하기란 어렵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무대를 갈망하고 관심이 권력의 한 형태라는 것을 대다수 정치인들보다 잘 이해한다고 관측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