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의 모습. 뉴시스

"세탁소 비워달라" 요구에 집 찾아 항의
먼저 뺨 맞자 사타구니 수차례 걷어차


자신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며 찾아가서 따지다가 뺨을 맞자 상대방의 사타구니를 발로 수차례 걷어찬 6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뺨을 때린 상대방은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성화 판사는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모(62)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폭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70) 씨는 벌금 7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황 씨는 지난해 7월 11일 오후 10시 1분쯤 쇠막대기 1개를 들고 김 씨가 거주하는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세탁소를 비워달라고 요구하며 김 씨가 명도 소송을 제기하자 항의를 하러 집에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황 씨가 가져간 쇠막대기는 셔터를 내릴 때 쓰이는 약 90㎝ 길이의 물건이었다.

언쟁이 오가는 과정에서 김 씨가 먼저 황 씨의 뺨을 한 차례 때리자, 이에 격분한 황 씨는 김 씨의 사타구니 부위를 수차례 걷어찬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 때문에 복벽 타박상, 농양을 동반하지 않는 부고환염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에서 황 씨 변호인 측은 "쇠막대기는 계단에 오를 때 사용하기 위해 휴대한 것뿐"이라며 "범행에 쓸 의도가 없었기에 특수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정 판사는 "증거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쇠막대기를 공중에 들어 올리는 행동을 했고, 피해자를 향해 쇠막대기를 든 상태로 발로 밀었다고 진술했다"며 황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주변 CCTV 영상을 확인하면 황 씨가 지팡이를 짚고 보행하는 장면도 없고, 보행이 불편할 정도의 질환이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 판사는 "쇠막대기로 피해자 신체를 직접 가격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은 쇠막대기를 들고 있으면서 언제든지 범행에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수상해 범행을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