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거부시 ‘탄핵’·수용시 ‘리더십 붕괴’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검법을 수용하지 않을 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 추진 가능성을 드러내면서 최 권한대행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민주당과 정면 충돌할 경우 탄핵 정국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안을 수용한다면 여권과 대통령실의 집단 반발이 불가피하다. 27일로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지 한 달째 되는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인 임명을 둘러싼 논란 이후 정치적 최대 고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7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최 권한대행은 아직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특검법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며 정치권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여야 합의가 결렬된 채 민주당이 내란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이후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1차 내란 특검법을 거부하면서 여야 합의처리를 당부했고, 이후 여야 대표를 각각 만난 자리에서도 합의된 특검법 도출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가 반영되지 않고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이 처리되면서 최 권한대행도 낙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법안의 위헌성, 실효성 부분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선 여야 합의가 결렬된 만큼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나, 수용 가능성을 여전히 닫아놓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부 관계자는 “1차 내란특검법과 비교해보면 위헌적 조항이 일부 삭제됐으나 인지 수사 등 독소 조항이 여전하다”면서도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등 논란 여지가 줄어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어서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설 연휴 직후인 오는 31일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수용 혹은 거부 등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최 권한대행이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에선 거부권 행사 시 강경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이 이미 6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반발이 큰 상황에서 내란 동조 등을 이유로 탄핵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란 것이다. 반면 법안을 수용할 경우 여권과 대통령실, 국무위원들의 집단 반발로 리더십을 상실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인을 임명할 당시에도 국무위원들의 반박 입장 표명과 대통령실 내 집단 사의 표명, 여권 비판이 쏟아졌었다. 여권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 그간 아슬아슬하게 정치적 줄타기를 해왔는데, 이번이 가장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