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내 한 대학교의 강단. 연합뉴스

행정학 초빙 공고에 경제학 박사 지원해 합격
적절성 문제 제기되자 학교 측 "행정학의 융합적 특성 반영한 채용"
학계 반응 엇갈려…"융합인가. 특혜인가?"
구체성 떨어지는 채용 절차 개선 필요성 제기도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의 한 대학 행정학과가 전임 교수 임용 과정에서 정부 부처 출신 경제학 박사 학위자를 합격시키면서 학내외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당 학교의 올해 상반기 전임교원 모집 공고에는 초빙 분야를 행정학으로 명시했지만, 행정학 박사가 아닌 경제학 박사가 임용돼 논란이 일었다. 지역 학계는 이번 사안이 학문 간 융합과 채용 공정성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24일 부산 지역 학계에 따르면 A 대학 관계자는 "행정학 교수 자리에 경제학 박사 학위자가 임용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초빙 분야를 행정학으로 명시했음에도 경제학 박사를 임용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부 심사표에 (지원자의) 전공이 (초빙 분야와) 불일치할 경우에 심사를 제외한다는 규정까지 있는데도 심사를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대학 측은 초빙 요건에 행정학 박사 학위를 필수 조건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지원자의 전공이 초빙 분야와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사위원 판단으로 정하게 돼 있다고 일축했다. 학교 관계자는 "행정학은 재정, 정책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실용 학문으로, 초빙 기준도 이를 고려한 결과"라며 "초빙 분야 적합 여부는 교내·외 심사위원들이 박사 학위 논문과 대표 논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교의 표준 세부 심사표에는 ‘전공의 초빙 분야 해당 여부(전공이 초빙 분야에 일치하지 않으면 제외)’라고 돼 있지만, 배점 기준 항목에는 ‘심사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적격 여부를 가부로 판정’한다고 표기해 사실상 심사위원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에 규정이 모호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임용과 관련해 지역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부산의 B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학은 응용 학문으로 포괄하는 분야가 넓기 때문에 경제학 전공자도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며 "특히 해외 대학의 경우 학위 명칭이 세부 전공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반영한 채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교수는 "국내 대학의 경우 학위 명칭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공을 나타내는 편인데, 초빙 공고에 행정학을 명시했음에도 경제학 박사를 임용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행정학 교수들 중 정책학, 정치학, 법학 박사 출신은 종종 있지만, 경제학 박사 출신의 사례는 드물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행정학 교수는 "경제학 전공자가 행정학 분야와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재정 분야 등 일부 영역에만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며 "행정학 박사 학위자들이 다수 지원했음에도 경제학 박사를 임용한 것은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학내 채용 절차의 투명성과 명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과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전공자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고 요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논란의 여지가 클 수밖에 없다"며 "채용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