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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개청 2년차를 맞아 2025년을 ‘국가유산체계’ 고도화의 해로 삼겠다는 신년 업무 추진계획을 21일 발표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국가유산체계를 구현해, 국가유산의 규제와 보존에만 머무르던 과거를 넘어 국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일상에서 국가유산 본연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의 주요업무 추진계획은 자연유산과 무형유산 보전에 더욱 힘쓰고 문화유산과 국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으로 요약된다. 먼저 자연유산 부문에서 천연기념물 중 동물 종을 대상으로 최초의 정밀 정기 조사가 실시된다. 전국에 분포돼 있는 동물들의 개체수와 분포도, 서식 밀도 등을 전수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식물유산은 ‘1자연유산-1식물병원’ 체제(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치료 이력 관리제를 통해 상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사진은 지난해 12월 제 1회 국가유산의 날 행사. 국가유산청 제공

무형유산(옛 무형문화재)은 전승체계의 안정화와 창조적인 계승을 위한 보전방안이 마련된다. 보유자 장기 부재종목에 대해서는 대국민 전승자 공모를 통해 미래보유자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보유자와 전승교육사, 일반 전승자가 활동 중인 종목에 대해서도 선순환적 전승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동안 5년 이상의 이수자로 제한했던 전승교육사의 자격요건을 일반 전승자까지 확대하며 전승 활동이 어려운 전승자를 대상으로 했던 명예보유자 제도를 개선해 전승 공헌도가 높은 전승자도 명예보유자로 인정해 예우와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구전전통, 자연·우주지식 등 분야도 신규 지정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이 추진된다.

지역 주민과 문화유산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의 마련과 집행에도 박차를 가한다. 문화유산이 위치한 지역의 개발 수요 해소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행위가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검토하며 각종 규제절차를 일원화한 ‘국가유산영향진단법’이 오는 2월 시행된다. 또한 개발 이전 발굴조사 지원도 확대된다. 개발 예정부지 소규모 발굴조사 중 표본·시굴조사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이후 필요에 따라 진행되는 정밀발굴조사비의 지원한도도 종래 최대 1.5억 원에서 3억 원까지 상향해 지원한다. 또한 역사문화권정비(강릉·나주·함안·해남, 100억 원) 사업과 경관개선 사업(남원읍성 등 5개소, 20억 원)이 본격 추진돼 ‘문화유산 품은 마을’ 조성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0월 진행된 가을 궁중문화축전 중 ‘한복 연향’에 참가한 시민들. 국가유산청 제공

한편 궁능의 역사성 복원을 위해 경복궁 영훈당 권역을 복원, 창덕궁 돈화문 보수 등 주요 건물의 보수·복원을 추진한다. 국보로 지정된 종묘 정전은 4월까지 수리를 마친 후 환안제(보수를 위해 옮겼던 신주와 향로를 원위치시키는 의식)와 기념식을 개최한다. 지난해 대국민 공모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예비문화유산들은 목록화에 들어간다. 더불어 취약계층 국가유산 관람서비스를 확대한다. 기존의 장애인·노인에 국한됐던 대상을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주민들과 탈북민까지 확대하고, 수혜대상 맞춤형 궁궐행사를 기획하겠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국가유산 교육체험관 ‘이어지교’도 지난해 60개소에서 올해 100개소로 확대 운영 하겠다고 덧붙였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등 인기가 높은 궁궐 프로그램은 선착순 예매를 폐지, 추첨제로 본격 전환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새롭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도전을 이어감은 물론 사상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의 국내 유치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4월에는 민·관이 합심,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시간에 국토 녹화를 이뤄낸 ‘대한민국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자 4·3사건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나서며 7월에는 지난해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장실사를 우수하게 마친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우리나라 최초로 유치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유치도시 공모에 참가, 오는 7월에 개최되는 제 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차기 개최지 선정에 적극 나선다.

장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