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尹측 문제제기 덮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7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등 혐의로 구속된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 주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도주 우려가 없고 공범들의 진술이 확보돼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날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내란 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유로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단 15자로 설명하는데 그쳐 이례적으로 짧다는 지적이다.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에 대해 보수 성향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관할 법원이 아닌 특정 성향 법관이 포진한 법원에 체포·구속영장을 몰아서 청구했다는 대통령 측 문제 제기를 덮어뒀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사건에서 법원이 논란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절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수처는 지난 18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지위를 활용해 사건 관련자들 간 말 맞추기를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자 결집을 호소하는 방식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점, 텔레그램 탈퇴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점 등도 사유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실행하려 한 정황도 제시됐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앞서 구속기소 된 군·경찰 지휘부가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불법 수사·체포를 한 점, 현직 대통령으로 도주·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는 점 등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직접 “비상계엄은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에서 한 헌법적 결단”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