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녹음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BenWolf

라벨 탄생 150주년 피아노 전곡 녹음
"지적이고 완벽한 음악 더 알리고 싶어"
25일부터 세계각지 공연…6월 한국서

"작곡가들이 쓴 위대한 곡을 연주하면서 천재들의 정신과 음악 세계를 조금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행복한 경험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1)이 새 앨범 ‘라벨:피아노 독주 전곡집’발매를 기해 20일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는 행복한 직업"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약 2년 만에 나온 이번 신보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것으로, 라벨이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 12곡이 실려있다. 함께 녹음한 피아노 협주곡 2곡은 2월 공개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한 조성진에게 라벨의 음악은 친숙한 편이다. 그러나 그는 "녹음을 하며 라벨이 얼마나 천재인지 다시 느꼈다"면서 그에 비하면 자신은 "평범한 연주자"라고 몸을 낮췄다.

이번 앨범은 조성진이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로 꼽히는 드뷔시와 라벨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드뷔시는 로맨틱하고 자유로우며 라벨은 보다 지적이고 완벽주의에 가깝다. 또 그는 라벨이 모차르트나 베토벤만큼 곡이 많지는 않아도, 남겨진 작품들이 하나같이 주옥같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알았던 것 같아요. 모든 음악이 잘 짜여 있는데, 특히 피아노곡을 오케스트라처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점을 생각하며 녹음했어요."

이미지 크게보기 조성진 새 앨범 커버. 유니버설뮤직 제공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게 되며 베를린에 거주 중인 조성진은 오는 25일 빈 콘체르트하우스 독주회를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3월엔 카네기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연주가 포함된 미국 순회연주가, 4~5월에는 런던 바비칸 센터,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등 유럽 콘서트홀에서 독주회가 이어진다. 더 많은 관객들이 라벨의 음악 세계를 접하길 바란다는 조성진은 올해 공연마다 이번 앨범에 실린 라벨 피아노 전곡을 선보인다. 피아노 전곡이 리사이틀에서 한꺼번에 연주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리히텐슈타인에서 이 프로그램을 한번 해봤는데 (중간 휴식을 포함해) 3시간이 걸렸다"면서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는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라벨의 음악을 관객과 공유하고, 저 역시 라벨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꼈어요."

이미지 크게보기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일 화상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2년 만에 발매한 새 앨범 관련 질문에 답하는 모습.

올해는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는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영감을 얻고 나름대로 꾸준하게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말이 되는’ 연주, 자연스러운 음악을 지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오는 6월 국내에서도 리사이틀을 연다. 12월에는 김선욱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과 두 차례 협연한다. 이날 그는 깜짝 소식도 전했는데, 최근 의기투합했다는 한 실내악 연주자와 내년 여름 투어를 진행하는 것. 그는 "성격도 잘 맞고 너무 좋아하는 연주자가 있다. 내년부터 그와 음악적 파트너로서 깊은 관계를 가지며 투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연주자 이름과 악기는 아직 비밀이라며 웃었다.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