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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들을 남기고 출가한 붓다는 무책임하지 않나’ ‘여성 출가를 반대한 붓다는 반페미니스트로 봐야 하는가’. 궁금하지만 오랫동안 금기시 되어 온 대담한 질문들이 담겼다. 9명의 저자가 역사, 전설, 문학, 미술 등을 넘나들며 기존 불교에서 다루지 않았던 담론을 끄집어 낸 ‘붓다, 성과 사랑을 말하다’(불광출판사)이다.

책은 불교가 남성 중심적 종교라는 편견을 벗어나 평등과 자아 성숙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예컨대, 붓다의 가르침 속에서 성과 사랑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 불교에서 사랑은 수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성숙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책의 1부는 이러한 가르침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성과 사랑에 관한 불교의 지혜를 고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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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선 시대 여성과 불교의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책은 흥미롭다. 조선 전기 유자환의 부인 윤씨는 남편의 죽음 후 스스로 출가를 결심한다. 책에 따르면 이는 여성의 주체적 선택과 불교 수행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책은 불교사와 미술 속 여성들을 재발견하며 그들이 지닌 영성과 상징성을 조명한다. 예를 들면, 여성의 생리혈을 불결하게 여겼던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티베트 불교의 여성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간 이야기는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또, 관음보살이 한·중·일 삼국과 서양에서 여신으로 재탄생한 흐름도 신선한 시각을 제시한다.

기독교 해방신학자이자 불교 신학자인 현경 교수, 북칼럼니스트 이미령, 성소수자법회 지도법사 효록 스님 등 다채로운 필진 구성도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들의 경험과 학문적 통찰을 담아낸 책은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존재가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붓다의 가르침을 재발견하게 한다. 382쪽, 2만3000원.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