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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작은 죽음이 찾아왔어요
키티 크라우더 글·그림│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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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얼마 전, 여덟 살 조카가 쓴 동화의 시작이다. 갑작스러운 이별로 실어증에 걸린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다. 이야기는 네 줄 만에 ‘다음에 계속’이라는 말로 끝나버렸지만 나는 오래도록 첫 문장을 떠올렸다. 안온한 환경의 조카가 왜 저런 이야기를 썼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산 자들은 죽음을 궁금해한다. 죽음에 관해서 아는 게 없다는 건 어른과 어린이가 같다. 누구도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죽음은 늘 우리 옆에 바짝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죽음이 찾아왔어요’의 ‘죽음’은 작고 상냥하다. 죽음은 곧 세상을 떠날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죽음을 만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떤다. 누군가에게 죽음은 불청객, 누군가에겐 집행자일 거다. 죽음은 자신의 일에 점점 지쳐간다. 작은 아이, ‘엘스와이즈’는 다르다. 죽음을 보고 외친다. “드디어 왔군요!” 자신을 반가워하는 사람을 처음 만난 죽음은 당황한다. 병 때문에 아프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엘스와이즈는 죽음과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웃고, 이야기하고, 놀이를 한 뒤 또 다른 삶을 향해 떠난다. 그제야 죽음은 슬퍼진다.

얼마 전 친구의 할아버지가 구십구 세에 돌아가셨다. 장례식에 가니 몇몇 사람들 입에서 ‘호상’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렸다. 죽음에 무게가 없듯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지극히 산 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보고 있다. 각종 사건, 사고로 세계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요즘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소식에 마음이 아픈 건 남은 이들의 심정을 알아서다. 살아 있는 존재는 감히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저 언젠가 우리도 도달할 그 세계가 다정하고 따뜻하길 바랄 뿐이다. 32쪽, 1만5000원.

김다노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