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최근 발표된 ‘2024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 검사’ 결과는 우리 교육 현장에 심각한 경고를 보냈다. 서울의 고교 1학년 학생 중 약 41%가 수리력에서 1수준(기초미달) 및 2수준(기초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시험 성적 저하를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중학교 2학년 이후 수리력 평균 상승세가 둔해진 것은, 시험 중심의 교육 방식이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력 함양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폴레옹은 “수학의 발전은 국가의 번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했다. 그의 통찰은 기술 패권 시대인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학문일 뿐 아니라,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인 과학기술의 기초가 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양자 컴퓨팅 등 최첨단 기술이 모두 수리력을 기반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수리력은 단순한 학문적 가치가 아니라, 국가적 생존과 직결된다.

진단 검사 결과, 초등학교 때 기초 개념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학생들은 상급 학년에서 더욱 학습 격차가 벌어졌고, 이는 고등학교로 갈수록 두드러진다. 이번 결과가 보여주는 수리력 부족의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교육 현장이 수학의 본질을 잃고 시험 대비에만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대신, 빠르게 정답을 맞히는 기술만 익힌다. 둘째, 초등학교 단계에서 수학의 기초 개념과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상급 학년으로 진급하며 학습 결손이 누적된다. 셋째,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도 한계에 봉착했다. 개별 학생 맞춤형 지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습 격차는 더 심해진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컴퓨터 기반 평가 도입과 학년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교사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사고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교수법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학부모와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지원하는 중요한 동반자임을 자각해야 한다. 학부모는 자녀가 학습 과정에서 흥미와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격려하고, 학교는 학생 개인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세심한 지도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 주체 간의 긴밀한 협력은 학생들의 기초 역량을 강화하고,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수리력 부족 문제는 개인의 학습 결손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국가적 문제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미래 기술 경쟁에서 밀릴 위험성이 크다. 수학 교육은 국가 경쟁력의 뿌리다. 기술 패권 시대의 국제질서에서 생존하려면, 수학적 사고력과 수리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교육계, 가정이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오늘날 기술의 뿌리는 과학이고, 과학의 기초는 수리력이다. 수리력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수리력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이 미래의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발판이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는 그만큼 더 불확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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