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조 가입자 보호 토론회

“3년새 8곳 폐업… 300억 손실
불건전 자산운용 등 규제해야”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급성장 중인 상조 시장에서도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흡한 관리 감독 여파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약 10조 원에 달하는 선수금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900만 상조 가입자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신동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3년간 폐업한 상조회사가 8곳에 달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이들 회사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돈이 300억 원에 육박한다”며 “제2의 머지포인트 또는 티메프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법 위반이 확인돼 등록이 취소된 상조업체 52곳 중 24곳이 선수금 예치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가입자 516만 명, 선수금 규모 4조7728억 원이었던 상조 등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은 지난해 가입자 892만 명, 선수금 9조4486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정 교수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각종 금지행위 규정 마련을 통한 사업자의 불건전한 자산운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순주 KDI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은 별도관리, 건전성 규제, 공적보상 제도를 통해 상조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일본은 선수금의 50%만 별도관리하면 되고 공적 보상제도는 없으나, 한국과 달리 건전성 규제가 있고 강력한 제재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한다”고 말했다.

권세훈 상명대 교수는 “선수금 보전 비율을 상향하고 회계정보 유용성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상조서비스는 공정위 소관일 수 있지만 상조금, 상조보험, 선수금과 관련해서는 금융상품의 특성이 있으므로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