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알코올 장애로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에 대해 치료감호 청구 요구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8개월과 구류 20일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무면허 상태에서 2022년 11월과 12월, 이듬해 3월 세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세 번 모두 혈중알코올농도 0.2%가 넘는 만취 상태였다. 2023년 4월에는 운전 중 주차돼 있던 차를 들이받은 뒤 도주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 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하고 인적사항 미제공 혐의에 대해 구류 20일을 선고했다. A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했다"며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도 매우 높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A 씨의 정신질환 여부나 정신 상태, 징역형 복역 이후 재범 위험성에 관한 양형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 씨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고, 재범 위험성과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 필요성에 대해 정신감정을 하는 등 A 씨에 대해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고 치료감호 청구 요구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A 씨의 인적사항 미제공 혐의 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 선고 결과를 깼다.

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