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씨’ 전파 8년… “혼란한 세상, 동심으로 보듬어요”

■ 본보 신춘문예 출신 최명란 시인, 동시집‘보라’펴내

“그동안‘동씨’팀 만들어 활동
한두 줄로 마음 탁 치는 동시
각박한 시대에 딱 맞는 형식
함께 웃으며 세상 밝아졌으면”

“우리 한국인이 참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힘겹게 건너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일수록 우리 마음에 동심의 싹을 틔워서 서로를 보듬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씨’ 운동을 펼쳐온 최명란(오른쪽 사진) 시인은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씨란 우리 마음에 동심의 싹을 틔우는 ‘씨앗동시’를 줄여 이름 붙인 말이다. 형식적으론 4행 이내로 이뤄진다. 한두 줄로도 마음을 탁 치는 시를 지향한다.

최 시인은 지난 2017년 전병호, 최수진, 추필숙 등 동시인들과 짧은 동시를 쓰자는 뜻을 함께하고 ‘동씨’팀을 만들어 활동해왔다. 이후 장시연 시인도 동참했다.

최 시인이 최근 펴낸 새 동시집 ‘보라’(도서출판 초록달팽이·왼쪽)에도 ‘동씨’가 가득하다. 전체 시편의 절반 이상이 4행 이내 작품이다.

‘엄마가 두 시간째 엎드려 기도를 해요／／동생이 서툰 말로 물어요／형아 예수님 핸드폰 없어?’(‘기도 대신 전화’ 전문) ‘내려앉지 마라／내려앉지 마라／／팔을 쭉 펴고 있다／／나는 뿔난 나무다’(‘폭설반대’ 전문)

“누구에게나 동심이 남아있는데 살면서 그걸 모르고 지나치고 있지요. 한참 안 웃다 웃으면 근육이 아플 때가 있잖아요. 마음의 근육도 연습을 안 하면 잠자고 있는 것 같아요. 성인들의 마음에 동심의 싹이 텄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참여해 이 운동이 더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 ‘동씨’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것이 동심을 잃지 않는 일이 될 테니까요.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만나서 씨앗동시를 써 보면 어떨까요? 동심을 끌어내 웃을 수 있고, 그러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요?”

최 시인은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했다. 그 전해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로 당선한 바 있다. 다수의 시집을 펴내며 시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동시집도 꾸준히 펴냈다. ‘수박씨’ 등의 동시 작품은 초등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새 동시집의 제목 ‘보라’는 시인의 마음속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이름이다. 김순영 작가의 삽화를 더한 시집에는 총 62편의 동시가 실렸고 그중 보라와 관련한 연작시도 다수 실려있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커다란 나무가 있어요／장마철이 되면／그 나무에 이끼가 살아요／내 마음에 보라가 살아요 ’(‘내 마음처럼’ 전문)

최 시인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마음”이라며 “보라를 통해 세상이 보다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수년간 전국 중·고교를 돌며 북 콘서트를 진행해 온 인기 강연자이기도 하다. “올해엔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시를 접목한 작업을 더 활발하게 해 보고 싶습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