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BC카드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업의 일환인 ‘BC 십시일방’ 3기에 선정된 자립준비청년들이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독립서점에서 진행된 마음관리 프로그램 ‘마이 스토리 공모전’에서 본인의 경험을 노래로 만들어보는 수업을 받고 있다.BC카드 제공

■ BC카드 사회공헌활동 눈길

복지시설 떠난 ‘홀로서기 청년’
매년 10명 선정해 보증금·월세
민간기업 중 보증금 지원은 유일

서로 ‘방친’ 호칭 커뮤니티 형성
돈관리·주식·보험 등 금융 교육
2년전부턴 주거지 서울전역 확대

BC카드의 자립준비청년 대상 사회공헌활동 ‘BC 십시일방’(이하 십시일방)은 ‘열 숟가락이 모여 밥 한 그릇이 된다’는 십시일반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한 사람에게 방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BC카드와 비영리단체 십시일방,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복지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청년들은 십시일방으로부터 주거, 생활, 교육 지원 등을 받고 자립에만 집중하고 있다.

십시일방은 지난 2022년 시작돼 올해로 4년 차를 맞는다. BC카드는 매년 자립준비청년 10명을 선정해 1년간 주거지 보증금과 월세를 제공하고 있다. BC카드는 십시일방 사업을 통해 자립준비청년 1인당 임차보증금을 포함해 3000만 원 정도의 주거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임차보증금을 직접 지원하는 건 민간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다.

이미지 크게보기 자립준비청년이 거주하고 있는 십시일방 주거지 모습. BC카드 제공

‘방’을 매개로 맺어진 자립준비청년들은 주거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우선, 서로를 ‘방친’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크고 작은 문제를 함께 공유하면서 해결하고 있다. 십시일방은 자조금융협동조합인 ‘키다리은행’과 함께 방친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도 실시 중이다. 카드·보험·주식·펀드·채권 등 기본적인 금융상품 교육과 예금, 적금 기반 돈 관리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십시일방은 자립준비청년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2024년 청년정책 유공표창’을 수상했다.

심리상담, 쿠킹클래스를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부분도 십시일방에서 지원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마음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립준비청년 마이 스토리 공모전’도 시행했다. 행복했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 슬펐던 기억, 성공했던 기억 등 자신의 경험을 담아 직접 작사를 해보는 활동도 했다. 지난해 설 연휴에는 ‘떡국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물심양면 지원의 결실로 십시일방 지원을 받은 자립준비청년 중 60% 이상이 금융사, 패션회사 등 원하는 직장으로 취업 및 이직에 성공했다. 나머지 인원도 연극배우 데뷔, 대학 입학, 자격증 취득,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봉사단 선발 등 본인의 꿈을 향해 달릴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십시일방에 거주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은 사례도 있었다. 이 청년은 가정을 꾸리게 돼 매우 기뻤지만 동시에 경제적인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십시일방에서는 산후조리원 비용은 물론, 매월 출산 지원금을 제공 중에 있다. 또한 십시일방에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1년 더 연장해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중이다.

십시일방은 수요자 중심의 주거지원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인 주거지원 사업은 취약계층에게 월세를 현금성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질 높은 주거지에서 장기간 거주하려면 월세 외에도 일정 규모의 임차보증금이 필요하다. 특히 부모님으로부터 목돈을 지원받기 어려운 자립준비청년들의 경우, 임차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불안정한 주거지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이 원하는 곳을 선택해 거주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십시일방 사업 초기에는 주거지 선택권이 없었지만, 자립준비청년 본인이 원하는 곳에 살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2년 전부터는 주거 지역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했다. 십시일방 직원들과 자립준비청년들이 서울 내 수백 개의 매물을 함께 둘러보며 부동산에 관한 안목과 지식을 쌓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재무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십시일방에 거주하다 독립한 자립준비청년들의 임차보증금은 다시 새로운 자립준비청년들이 집을 구할 때 사용된다. BC카드가 십시일방을 통해 기탁한 기금이 소멸되지 않고 사회에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것이다. 특정 기한 내 기금을 소진하는 일반적인 사회공헌 사업과 다르게 장기간 자립준비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지 크게보기 십시일방을 이끄는 이호영 대표가 서울 중구 BC카드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BC카드 제공

십시일방의 이호영 대표는 “BC카드가 사회공헌 사업에서도 혁신적인 금융 방법을 고민해준 덕분에 십시일방 사업의 시작과 지속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모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십시일방의 사업에 동참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부동산 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를 운영하는 스페이스브이가 올해부터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십시일방은 2명의 청년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세심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도움을 요하는 대표적 문제로 법적 보호자가 없는 자립준비청년이 사망하면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일이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해당 사례를 직접 겪었고 정부도 이러한 내용을 듣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 실행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매년 만 18세 이상 보육원에서 퇴소하는 2500여 명의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은 어떻게 험난한 세상을 겪어내고 있는지 걱정”이라며 “비록 십시일방에 모두 함께하지 못하지만 최대한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