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극심한 정체 14일 오전 9시 2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문산고속도로 자유로 휴게소 인근 문산방향 부근에서 발생한 빙판길 차량 사고로 도로가 크게 막히고 있다. 고속도로 CCTV 캡처

■ 수도권 인근 총 160대 추돌

밤새 쌓여있던 눈 녹았다 얼며
보이지 않는 빙판에 사고 속출
지난주도 광주 등서 잇단 추돌

제설제 염화칼슘도 원인 지목
눈속 수분과 결합땐 되레 위험

수원=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김군찬 기자

14일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 추돌사고 원인으로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 현상이 지목되고 있다. 전날 오후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 눈과 비가 내린 가운데, 길 위에 쌓여 있던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 얇은 빙판을 형성, 운전자들이 차량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혹한이 이어진 가운데 연쇄 추돌사고가 잇따른 것도 블랙아이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더라도 고가도로 등에는 지열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고, 염화칼슘을 뿌려 녹게 한 눈이 기온 하강으로 얼어붙어 블랙아이스를 유발하는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만 합계 134대에 달하는 차량의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서울 곳곳에서도 도로 결빙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났다. 이날 오전 6시 7분쯤 서울 노원구 월계2지하차도에선 4곳에서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 차량 총 18대가 부딪쳤다. 오전 8시 23분 서울 동작구 숭의여고 인근에서 4중 추돌사고가 났고, 7시 42분 은평구 진관동에선 버스 전용차로에서 시내버스 3대와 관광버스 1대가 추돌했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추돌사고는 지난주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5시 50분쯤 광주 광산구 하남진곡산단로에서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진 시내버스가 정차 중이던 냉동탑차를 추돌해 탑차 운전자 A 씨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사고 닷새 만인 지난 11일 숨진 바 있다. 같은 날 오전 7시 50분쯤 전북 군산시 서수면의 한 도로에서는 통근버스 2대가 부딪치면서 운전자와 탑승객 등 23명이 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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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연쇄 추돌사고는 2015년 2월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다. 당시 사고는 짙은 안개로 인한 시야 제한과 도로 미끄러움으로 인해 발생, 2명이 사망하고 65명이 다쳤다. 또 2011년 12월 24일 오전 10시 20분쯤에는 논산천안고속도로에서 안개와 블랙아이스 영향으로 104대의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난 바 있다. 2019년 12월 14일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는 군위 일대 양방향 차로에서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연쇄 추돌이 발생해 7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당시 차량 8대가 불에 타는 등 47대가 파손됐다. 단일 사고로는 106중 추돌이 최대이지만 같은 날 복합 추돌사고로 160여 대 피해가 발생한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사례다.

특히 블랙아이스 현상은 영상 3도 정도에서도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밤새 생긴 얼음이 영상의 기온에도 바로 녹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고가 등 다리 위는 지열이 전달되지 않고, 위아래로 부는 바람 때문에 일반 도로에 비해 기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다리 위나 터널 입·출구 그늘진 곳은 몇 시간 더 유지될 수 있다.

당국은 사고 차량을 수습하고 도로 결빙 구간에 염화칼슘 등을 뿌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염화칼슘도 블랙아이스 현상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위에 남아 있던 눈 속 수분이 염화칼슘과 결합하며 도로 표면을 미끄럽게 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등에 따르면 염화칼슘은 1g당 14g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제습제로 보통 눈이 올 때 뿌리지만, 기온이 내려가 물과 함께 얼면 오히려 블랙아이스 현상을 유발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염화칼슘을 뿌려서 눈이 녹았는데 도로가 경사로인 경우 흐르면서 얼음이 생긴다거나, 도로 틈에 스며들어 있다가 기온이 낮은 밤에 다시 얼면서 얼음이 솟아오를 수 있다”며 “또 밤에 영하로 떨어졌다가 낮에 영상으로 회복되면 사람들이 운전하면서 얼음이 얼지 않았을 거라고 착각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