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제주항공 참사 이어지면서
민주화기록관 방문자 45% 늘어
시민들 “고통에 연대하는 마음”

“12·3 비상계엄 사태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광주와 무안공항 합동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연이은 정치·사회적 참사가 불러온 ‘집단 무기력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계엄-무안 다크투어리즘’(다크투어)이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다크투어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민주화운동 관련 기념관에 들른 뒤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10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방문자 수는 1만3582명으로 전년 동월(9309명) 대비 45.9% 증가했다. 단체관람 예약 건수도 91건으로 전년 동월(54건) 대비 68.5% 증가했다. 기록관 관계자는 “매년 방문자 수가 증가 추세였지만 비상계엄 이후 방문자 수가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물을 보전·전시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보존돼 있는 전일빌딩도 같이 관리하고 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상징과 같은 고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기 위한 이한열기념관 등 민주화운동 관련 전시관의 방문자도 늘고 있다. 기념관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와 겨울방학이 겹치면서 대학생들이 평소보다 많이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 씨는 지난 주말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방문했다. 이후 차로 1시간 30여분 떨어진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이동해 합동분향소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는 “지난해 비극을 잊지 않고 새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하기 위해 다녀왔다”며 “무력감과 죄책감을 일부 덜 수 있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오모(24) 씨도 “고통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자 이한열기념관과 서울시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왔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크투어를 일종의 애도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시민들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떨쳐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