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군 장성 만난 마두로 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3선 취임식을 이틀 앞둔 8일 카라카스에 위치한 대통령실에서 군 장성들과 회의를 가지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당국, 軍·민병대 투입 가능성
대규모 ‘유혈 사태’ 발생 우려

베네수엘라에서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여전한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혈 사태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선에서 압승을 주장해온 야권은 취임식 전날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예고했고, 정부 당국이 군은 물론 친정부 민병대를 동원한 진압을 경고하고 나서 2017년과 2019년에 이은 인명 피해 가능성이 제기된다.

8일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야권과 시민단체는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9일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3연임에 반대하는 거리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정부 당국은 이번 시위를 ‘테러’로 간주하고 정규군과 소총으로 무장한 민병대를 거리 곳곳에 배치하는 등 강경 대응 뜻을 밝혔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법무·평화부 장관은 전날 성명에서 시위 참가 예정자를 ‘파시스트’ 혹은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며 “그들은 평생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시위에 군과 민병대가 진압을 위해 투입될 경우 지난 2017년과 2019년에 발생한 유혈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마두로 대통령은 첫 임기 시절인 2017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로 제압, 125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9년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 때에도 시위대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재선거를 요구하자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3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두로 대통령의 야권 탄압 등 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가 더해지며 극심한 식량난에 전체 인구의 20%에 가까운 600만 명이 넘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해외로 탈출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영 TV를 통해 미국 국적자 2명 등 외국인 7명을 테러 모의 혐의로 체포했으며, 이들 중 ‘용병’ 1명은 미 연방수사국(FBI) 고위 관계자라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를 미국 등 외부 세력에 의한 테러라고 주장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마두로 정부 행보에 주변국 정상들은 취임식에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정지연 기자 jjy072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