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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뮤지컬이 무료로 관객과 만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김대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2024년 콘텐츠원캠퍼스 구축운영 지원사업’에 선정돼 XR뮤지컬 ‘문을 넘어’를 9∼11일 선보인다고 8일 밝혔다.

XR뮤지컬은 최첨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뮤지컬의 한 종류다. 인공지능(AI) 등 여러 기술이 적용됐다. 2023년 EBS의 인기 프로그램 ‘최고다 호기심딱지’가 XR뮤지컬로 공연된 적이 있다.

한예종이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소녀 ‘하나’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관객 20명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고 하나가 느끼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그의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HMD는 현실 세계에 가상의 사물이나 환경을 덧입혀 보여주는 증강현실(AR)과 인공적인 가상현실(VR)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장비다. 기본적으로 VR 기기이지만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AR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HMD를 착용한 관객들은 마치 교실에 있는 학생처럼 극중 배우들과 한 공간에 앉아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XR뮤지컬은 공연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LED(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하는 XR 방식과 달리 HMD를 활용하면 500g의 작은 장비 한 대만 가지고도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HMD만 있다면 연습실이나 소규모 공간 등 언제 어디서든 증강현실의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문을 넘어’ 역시 새로운 공간이 아닌 기존 공연장에서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 뮤지컬이 안고 있는 경제·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공연 업계에서는 무대 세트를 제작하기 위해서 수억에서 수백억 원이 드는데, 보관 시설이 따로 없어서 세트를 재활용하기보다는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에는 세트를 운반하는 비용도 상당한 부담이다. XR뮤지컬은 장비 하나로 대규모 무대 세트를 구현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XR 기기를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기기 보급이 제한적인 만큼 이를 확보하는 비용이 문제다. 해당 작품에 사용된 ‘메타(Meta)’사의 퀘스트3(Meta Quest 3)의 가격은 499달러(약 72만5000원)로 여전히 고가에 형성돼 있다.

‘문을 넘어’의 이광현 프로듀서는 "본 공연은 기획 단계에서 기존 공연 산업의 전통적인 관극 방식을 존중하며 출발했다"면서도 "향후 공연에서는 관객의 사방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며,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배우 주변으로 무대 미술이 펼쳐지고 새로운 공간이 연출되는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