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장마리 르펜 별세… 올 96세

27세때 최연소 의원에 당선
반유대 발언 등으로 7번 유죄
결국 딸에 의해 당에서 축출
주류 꿈꿨지만 끝내 변방에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 발언 등으로 끝없는 논란을 일으켰던 프랑스 극우 세력의 대부 장마리 르펜이 7일(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르펜은 자신이 만든 극우 정당을 정치 주류 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극단주의 성향을 덜어내려던 딸과 갈등 끝에 당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르펜은 수 주 동안 요양시설에 머물다 이날 정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고령에 심혈관 질환을 앓은 르펜은 최근 건강이 극도로 악화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르펜은 각종 선거에서 세를 급격히 불린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의 설립자다. 현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아래 사진 오른쪽) RN 원내대표의 부친이기도 하다. 르펜은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과 알제리 전쟁 참전용사 출신으로, 알제리에서 돌아온 뒤 정계에 입문해 1956년 27세로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에 선출됐다. 또 1972년 극우 인사들을 규합해 FN을 창당한 뒤 반이민, 민족주의, 반유럽연합(EU) 정책 노선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르펜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제2차 세계대전의 작은 디테일”이라고 말하는 등 반유대주의 발언을 일삼아 7번 이상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프랑스 내 무슬림에 대해서는 “프랑스인이 아니다”라는 혐오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알제리가 프랑스를 상대로 독립전쟁을 치를 때 알제리 반군을 고문했다고 주장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르펜은 지난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며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과 함께 결선 투표까지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유럽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르펜은 2011년 딸인 마린 르펜 원내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물려주면서 2선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부녀간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극단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세력 확장을 꾀하는 마린 르펜 원내대표가 2015년 유대인 혐오 발언을 일삼는 아버지를 당에서 제명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당명을 FN에서 RN으로 바꾸며 지지세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RN은 마린 르펜 원내대표의 쇄신에 힘입어 2022년 총선에서 창당 이래 가장 많은 의석(577석 중 89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지난해 7월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3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상승세를 탄 RN은 2027년으로 예정된 차기 대선 승리도 노리고 있다.

마린 르펜 원내대표는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마요트 섬을 방문하고 파리로 돌아오는 길에 부친의 부고를 들었으나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