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3월부터 높아진 양형기준 적용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 씨가 체포 이후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거부하고 한국 송환을 강하게 희망한 것은 국내 금융범죄 형량이 미국과 비교하면 훨씬 가볍고, 범죄혐의 적용 또한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대법원이 지난해 13년 만에 사기범죄 양형 기준을 대폭 끌어올려 오는 3월부터는 높아진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의 경우 범죄이득이 300억 원 이상일 때 징역 7∼11년 형을 선고할 수 있고, 형이 가중돼도 최대 15년 형에 그친다. 다만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알선수재)한 경우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징역 9∼12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가중요소가 있을 시 무기징역형도 선고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8월 대표 금융범죄인 사기를 저지른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양형기준 수정안을 마련했다. 다만 아직 수정안이 확정되지 않아 이 기준이 적용되려면 오는 3월까지 시일이 걸린다. 수정안에 따르면 조직적 사기를 통해 거둔 이득액이 300억 원 이상이면 현행 징역 8∼13년인 형량이 징역 15년으로 높아지고, 가중요소가 있으면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사기 범죄의 양형이 바뀌는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권 씨가 국내에서 재판을 받으면 범죄에 따른 이득액이 300억 원을 훌쩍 넘는 데다 죄질이 좋지 않은 만큼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023년 5월 단성한(51·사법연수원 32기) 당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조사하는 것이 투자자들을 위한 정의를 구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혀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권 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변수라는 평가다. 미국은 금융당국과 법원이 권 씨가 운용한 가상화폐 테라를 증권으로 규정해 증권사기 혐의를 적용한다. 반면 한국은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 판단을 미루는 만큼 자칫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2023년 4월 서울남부지법은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주요인물 중 한 명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기각했다. 당시 신 대표 법률대리인 측은 “테라와 루나의 증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해 영장이 기각됐다”고 밝혔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