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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FT, 경제학자 222명 설문조사
“보편관세, 美물가 자극 가능성”

‘집권 2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트럼프노믹스)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집권 2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함께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영국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 2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FT 설문조사 결과, 트럼프노믹스가 미국과 유로존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설문에서는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20% 보편관세 부과, 불법 노동자 추방, 행정 절차 간소화, 감세(減稅) 등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세운 공약이 실제로 시행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자 47명 중에 50%가 ‘다소 부정적’, 11%가 ‘크게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61%에 달하는 셈이다.

유로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72.1%가 ‘다소 부정적’, 13.2%가 ‘크게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85%가 넘는 경제학자가 트럼프노믹스가 유로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국가가 많은 아시아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유럽 경제와 비슷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우고 있는데, 많은 경제학자는 트럼프노믹스가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세계 경제가 상당히 상호의존적인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예컨대, 미국이 다른 나라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자. 이러면 짧은 기간에는 미국의 관세 수입이 늘고 좋겠지만, 장기화하면 세계 교역량이 줄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경제권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 악영향이 다시 미국 경제에도 미치게 된다.

보편관세 부과와 불법 노동자 추방은 수입품의 가격을 올려서 미국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성장도 저해할 수 있다. 특정 국가가 관세를 급격하게 올리면 다른 나라의 보복 관세를 부르고 결국 군사·외교·안보 충돌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집권 2기 트럼프노믹스가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이 경제 문제에 국한할지 군사·외교·안보 문제로까지 비화할지는 지켜볼 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