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문가 “제 가족 감싸기 우려”
유족들 “국토부 관계자 배제를”

미국·일본선 독립 위원회 운영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 7명 중 2명이 전·현직 국토부 출신들로 채워져 있어 ‘셀프 조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가 특히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비판에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사조위를 국토부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국토부에 따르면 장만희 사조위원장은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 출신이다. 항공분과는 5명의 위원과 법률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상임위원을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맡고 있다. 사고조사단 내 항공조사팀을 총괄하는 항공조사팀장도 국토부 출신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사고 조사에 관여할 수 없지만 비상임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통해 충분히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사조위의 인사·예산에 대한 지휘권도 국토부 장관이 갖고 있다. 국토부 출신으로 구성된 위원장과 위원회는 조사단의 최종보고서 심의에도 참여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대통령 산하의 독립된 위원회를 두고 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당초 교통부 내 설립됐다 객관성·신뢰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독립했다. 일본 교통안전위원회(JTSB)는 국토교통성 소속이지만 인사권과 예산·행정업무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법무부 산하의 독립된 정부기관인 사고조사위원회(SHK)를 1978년부터 운영 중이다. 국내의 항공사고 조사는 1990년 교통부 소속 항공국 항공기술과 사고조사담당이 맡기 시작해 현재는 사조위가 담당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토부의 문제를 국토부에서 조사하면 제 가족 감싸기 경향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원인 조사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고도의 전문지식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 원인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족들 또한 이러한 셀프 조사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유족대표단 측은 “참사의 책임자라는 의혹이 있는 국토부가 셀프 조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중립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별도의 조사 기구를 설치하거나 국토부 관계자를 조사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사조위 위원장이 국토부 출신이고 상임위원이 국토부 실장이란 점에서 유족들이 우려할 수 있지만, 실제 조사는 전문가로 따로 구성된 조사단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면서도 “최대한 조사 과정에 유족 측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율·노수빈·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