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한 군인이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경찰, 원인·책임 규명 본격화

무안공항·제주항공 압색서
사고기 운행·정비 기록 및
10여개 하드디스크 등 확보

주중 참고인 소환조사 진행
‘과실’땐 피의자 전환될수도

책임자‘중대재해’적용 검토
둔덕 설치 시기 등 쟁점될듯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수습과 현장 수색 작업이 마무리되며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한 사고 원인 및 책임 규명이 6일 본격화하고 있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한국공항공사, 무안공항 관계자들이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앞서 무안공항 내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 무안공항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무안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압수물 분석 작업을 진행하며 사고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무안공항 내 활주로 CCTV 영상을 포함한 10여 개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여객기의 운행·정비, 시설 관련 기록도 함께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내용을 토대로 사고 여객기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 위 로컬라이저(방위각, 착륙 유도 안전시설) 적정성 여부를 비롯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경고·조난(메이데이) 신호 등 사고 직전 교신 내용, 기체 정비 이력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없지만, 사건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참고인 소환 조사는 이번 주중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미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제주항공 임원 1명을 ‘중요 참고인’으로 보고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상태다. 제주항공 임직원들을 비롯해 무안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공항 안전 점검과 관제 업무를 담당하는 부산지방항공청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사고와 본인 과실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일부에 대해서는 피의자 전환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미 사고 여객기 조종사와 교신한 관제사를 비롯해 제주항공·한국공항공사·부산지방항공청 실무자 일부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책임자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인명 피해를 크게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둔덕의 성격 및 설치·정비 시기가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항 활주로와 둔덕이 중대시민재해 처벌 대상인 ‘공중교통수단’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혐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무안공항 개항 시점인 2007년을 이미 넘겼지만, 2023년 둔덕 개량 공사에서 위법성을 알고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공소시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