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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저희가 간첩인가요? 마음이 찢어집니다.”

3일 오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친동생을 잃은 유족 A 씨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기자에게 되물었다. A 씨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맺혔다. 이번 참사에서도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유족들은 두 번 울어야 했고, 사회 불신은 커졌다. 극우 유튜버들과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참사를 두고 ‘특정 정치 세력의 자작극’ ‘북한의 대남 공작’ 같은 음모론뿐 아니라 “보상금을 받아 신나겠다” “횡재했다” 등 혐오성 글을 다수 게시했다. “놀러 가서 죽었다”는 말은 159명의 사망자를 낳은 지난 2022년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이어 이번에도 등장했다. 경찰은 현재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유족을 모욕한 게시글 7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며, 이 중 6명은 입건했다. 게시글 176건에 대해서는 삭제·차단 조치했다.

시신 수습이 늦어지면서 유족들이 무안공항에서 지내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유족들은 사고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기사를 검색하지만 이 과정에서 2차 가해에 노출되고 있다. 친누나를 잃은 유족 정모(44) 씨는 “기사에 달린 악플과 조롱성 댓글을 마주할 때마다 아득해진다”고 말했다.

2차 가해는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만 처벌 과정은 녹록지 않다. 모욕글 작성자에게 적용되는 주된 혐의인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과 사자명예훼손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통상 유족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개시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핼러윈 참사 당시 모욕글을 올린 혐의로 1심 선고를 받은 이들은 지난해 10월 현재 23명에 그쳤다. 그마저도 1심에서 19명은 벌금형, 2명은 무죄가 선고됐다.

참사 희생자들은 모욕글을 찾아 나설 이유도, 그럴 여력도 없다. 반의사불벌죄라지만 참사 희생자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수사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년 넘게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는 핼러윈 참사 유족들은 “참사는 골목에서 그치지 않았다”고 절규했다. 결코 반복돼선 안 된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