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비시장 덮친 운전자 치매진단
최근 1년간 치료 안받고 방치돼
고령운전자 관리 사각지대 지적

13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 차량 돌진 사고 운전자가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고도 1년 가까이 약 복용을 중단한 상태였던 것으로 2일 드러났다. 고령 운전자 위험성 문제가 수차례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앓는 면허 소지자에 대한 관리가 여전히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서울 양천경찰서는 운전자 김모(74) 씨 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김 씨가 지난 2022년 2월 양천구의 한 보건소에서 치매 소견에 따라 치료 권고를 받았고, 2023년 11월 서울 소재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아 3개월 동안 약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는 약이 떨어진 지난해 2월 이후부터는 가족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치매와 관련해 진료를 받거나 약을 따로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년에 걸쳐 치매 증상을 보인 김 씨가 최근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돼 있던 셈이다.

김 씨는 치매 소견을 받은 뒤인 2022년 9월에도 적성검사를 거쳐 1종 보통 운전면허를 갱신하는 등 여전히 법적으로 운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적성검사는 직전 검사 당시 연령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5년 뒤인 2027년 9월이 될 예정이었다”며 “이와 관계없이 김 씨의 면허는 이번 사고로 취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된 김 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승용차를 몰고 깨비시장으로 돌진해 보행자와 상점을 덮쳤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 1명이 사망했고 3명은 중상, 9명은 경상을 입었다.

현행 제도에서 65세 미만 운전자는 10년마다, 65세 이상 75세 미만은 5년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75세 이상은 치매 선별검사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김 씨처럼 75세 이전에 치매 증상을 보이더라도 의사가 신고하거나 본인이 자발적으로 면허를 내놓지 않는 경우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주석 도로교통안전연구소 소장은 “치매 검사 대상을 65세부터로 낮추고, 적성검사 주기도 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연·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