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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침체에 ‘사업 재편’ 제동

홈플러스‘익스프레스’안 팔려
SK도 11번가 매수자 못 찾아

두산밥캣+로보틱스 계획 철회
LG화학 여수 공장 매각 안 돼

올 M&A 규모도 39.3% 급감

경기침체 장기화와 대통령 탄핵정국, K-증시 부진 등 복합위기 여파로 국내 산업계가 추진해온 ‘위기경영 전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비주력사업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미래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던 구상이 업황 부진과 고환율·고금리 등 악재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사업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사업재편 전략이 순탄치 않은 탓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내년 투자 만기인 10년을 앞두고 지난 6월부터 국내외 기업 10여 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을 논의했지만 무산됐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SSM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식료품 특화매장인 ‘메가푸드마켓’ 확대와 온라인 배송 경쟁력 강화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신규 투자 계획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e커머스 기업 11번가 매각을 추진 중인 SK스퀘어도 올해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에 따른 시장 침체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식자재 유통기업 오아시스와의 인수·합병(M&A)마저 주요 재무적 투자자인 국민연금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롯데그룹 편의점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역시 올해 초부터 현금인출기(ATM) 사업부 매각을 타진 중이지만, 현재까지 매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들도 사업재편에 차질을 빚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던 사업재편 계획을 내놨다가 최근 철회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원자력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분할·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업재편과 자산 매각을 통해 약 1조 원이 넘는 신규 투자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던 경영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LG화학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이 나빠지면서 ‘협상 줄다리기’가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는 국내 2위 산업용 가스회사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매각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M&A도 크게 위축됐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M&A 투자 규모는 총 8조5808억 원으로 전년대비 39.3% 감소했다.

김호준·이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