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연내 법안 처리” 강경

교육부·시도교육감 우려에도
교과서 지위 박탈… 학교장 재량 선택
이르면 오늘 개정안 통과할 수도

개발참여 교과서 업체들 반발
“법안 통과땐 소송 불사하겠다”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법안이 이르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교과서 도입을 전제해 개발에 참여해 온 AI 교과서 업체들은 법안 통과 시 즉각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행정·민사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를 모든 학교가 사용하는 ‘교과서’가 아닌 학교장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이르면 이날 오후 또는 3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교원단체, 시도교육감들이 교과서 지위 박탈에 따른 우려를 전달했지만 야당은 연내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내년 3월부터 일부 학년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적용 예정이었던 AI 교과서는 현장 도입을 목전에 두고 좌초 위기에 놓였다.

한 AI 교과서 발행사 관계자는 “법안에 대한 효력 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부터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 등 다양한 대응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여러 발행사들과 공동 대응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사들은 해당 법안이 헌법 13조의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AI 교과서를 교과서 범위에 포함했고 이에 따라 교과서 검정을 진행했는데, 국회가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에 대해서도 별도 법률로 법적 지위를 변경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90% 이상 추진된 정책이 뒤집히면 정부 정책 신뢰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교육계 관계자의 우려도 나왔다. 교육부로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하는 것 외에는 묘수가 없는 상태다. 다만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어, 기술·과정 AI 교과서 도입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최근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는 대신 2025년에는 원하는 학교만 도입해 자율활용하도록 하겠다는 타협안을 야당에 제시한 상태다. AI 교과서가 전체 학교에 본격 도입되는 시기를 2026년으로 늦추겠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교육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며 당장 법적 지위를 논의하기보다 우선“내년 학교가 자율 활용하며 효과를 검증하는 시간을 갖자”는 데 힘을 실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