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일부 네티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 가수 등 유명인들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잇따라 신고하자 CIA가 같은 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낸 사용자의 메일을 ‘수신 거부’하고 나섰다.

24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한 네티즌이 "CIA 넘어섰다. 오피셜임"이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CIA로부터 받은 메일을 캡처해 X(엑스)에 올린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에서 네티즌 A 씨는 "CIA 앙망문(탄원서)이 떴다"면서 "한국에서 신고가 엄청 빗발쳐서 CIA가 놀라워하고 있음. 인터넷 초강국 애국자들의 화력이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 씨는 "평균 2만~3만 명은 신고돼서 ESTA(전자여행허가제) 발급이 막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A 씨는 가수 아이유가 탄핵 찬성 집회에서 커피와 음식 등을 선결제한 일로 CIA에 신고했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A 씨는 자신과 보수 지지자들의 메일 신고로 인해 CIA가 놀라서 자신에게 메일을 그만 보내 달라는 의미의 탄원서를 보냈고, 이 정도면 아이유의 비자가 거부됐을 것이라는 의미로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 씨가 공개한 CIA 측 메일은 탄원서가 아닌, A 씨의 메일이 수신 거부됐다는 내용이다. A 씨가 CIA의 영어 메일 내용을 오역했다는 의미다.

실제 CIA는 A 씨를 향해 "신고 여러 건을 너무 빠르게 했다. 같은 컴퓨터에서는 10분에 한 번씩만 다른 내용으로 신고를 제출할 수 있다"면서 "이 정책은 신고 남발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CIA는 글에서 "첫 번째 신고 내용에 정보를 추가하거나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 두 번째 메일을 제출했다면 이번 조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 연예인들을 CIA에 신고하고 이를 인증한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해당 연예인들을 ‘종북 세력’으로 몰아 미국 입국심사를 까다롭게 하거나 무비자 입국 프로그램인 ESTA 발급을 저지한다는 취지다. ESTA가 거부되면 주한 미 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비자와 체류 업무는 CIA가 아닌 국무부 담당이다. 국무부 영사사업부는 입국자의 건강 상태, 범죄 전력, 테러 안보, 불법 입국, 생활수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정치 성향만으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