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창영 ‘Sand Play’, 90×145㎝, 패널에 모래, 2024.

요한복음 8장,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끌고 와서 시험할 때, 예수는 땅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던 걸로 기록되어 있다 한다. 엉뚱하고 속된 호기심은 이런 대목을 지나치기 어렵다. 분위기상 무의미한 낙서나 텍스트는 아니었을 거라 짐작된다. 그러면서도 불경스러운 상상을 해본다. 동심으로 잠시 돌아간 메시아.

때마침 일본에서 활동 중인 모래 작가 김창영이 보내온 근작들이 떠오른다. 과거 유명했던 황량한 모래사장 풍경은 정적이고 시적인 아우라로 그윽했다. 그림이 텅 빈 상황일수록 우리의 정신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그랬던 그의 그림들이 근래에는 행위의 잔상과도 같은 극적인 미시적 풍경으로 변하고 있다.

근작의 타이틀이 ‘Sand Play’다. ‘모래놀이’ 혹은 ‘모래극(劇)’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희가 창의성의 원동력이라는 하위징아의 명제가 투영돼 있는 듯하다. 놀이의 흔적은 어딘지 모르게 경건해 보인다. 유희는 ‘성’과 ‘속’을 매개한다. 모래면에 표현된 행위의 흔적에서도 생명의 온기가 전해진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