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이 지난 20일 최근 개통된 반포고가(강남터미널 고가차도) 하부의 반포대교 방면 횡단보도 앞에서 그간의 설치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

반포동사거리 횡단보도 싸고
주민-상인 사이서 적극 중재
“진심은 통한다”… 합의 도출

약자 배려한 ‘보행복지’ 신념
구청장 취임 이후 11곳 설치
“서초 사는 게 자부심 되도록”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에게 요즘 기분 좋은 닉네임이 하나 또 생겼다. 바로 ‘횡단보도 구청장’이다. 그는 이전에 ‘AI특구 구청장’‘골목상권 구청장’‘대형마트 평일휴업 구청장’‘서초행복길 완성 구청장’‘문화벨트 구청장’ 등 취임(2022년 7월) 이래 2년여 동안에 붙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닉네임으로 불렸다. 여기에다 이번 주에는 ‘관광특구 구청장’(고터·세빛 관광특구 지정 예상)이란 별칭이 하나 더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횡단보도 구청장’이란 별칭은 그의 ‘보행복지’ 신념에서 비롯됐다. 그는 구청장이 되기 전부터 보행복지에 관심을 갖고, 구청장 선거 때는 이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전 구청장은 “예전에는 차량통행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보행권도 중요한 시대가 됐다”면서 “특히 장애인이나 임산부, 어린이, 어르신 등 보행 약자의 보행권은 무엇보다 우선한다”고 말한다.

그는 20일 최근(12월 9일) 개통한 반포동사거리 ‘ㅁ’ 자 횡단보도에서 기자와 만났다. 전 구청장은 “상인과 주민, 서초구청이 함께 15년 만에 상생의 방법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제일 의미가 있다”며 “이게 만들어진 것을 보면 공직자로서, 주민들과 함께 고민했고, 해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눈앞에 현실화됐을 때 현장행정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제일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이 횡단보도는 전 구청장 취임 이후 10번째 새로 생긴 것이다. 다음 날인 21일에는 신사역사거리 남측 횡단보도가 전 구청장 취임 이후 11번째로 개통됐다.

이번 반포동사거리 횡단보도 개통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주민과 상인, 구청이 끈기를 갖고 소통한 끝에 15년 만에 합의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인접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1981년 개통 이후 하루 평균 유동 인구가 25만∼30만 명에 이르는 ‘서울의 얼굴’이자 지하철 3·7·9호선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반포한강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서울 관광의 핫플레이스이기도 하다. 또 지하에 위치한 고속터미널 상가(고투몰)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44년간 운영된 620개의 대규모 점포들로, 전국 최고 규모(3만1566㎡)와 길이(883m)를 자랑하는 쇼핑 명소다. 하지만 반포고가(강남터미널 고가차도) 하부에 있는 반포동사거리는 신반포로 중앙차로 사업을 할 때 한강으로의 접근성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역ㄱ 자’ 형태로 서·북측에 횡단보도 2개소가 신설됐지만, 이후 남·동측에는 15년간 설치가 되지 못했다. 지하도상가의 반대와 설치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경찰청에서도 상인들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횡단보도 설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반포자이아파트 3500여 세대가 입주하고, 2009년 반포래미안퍼스티지 2500여 세대가 입주하면서 많은 주민이 횡단보도 신설에 대해 집단적으로 의견을 내기 시작하면서 상인들과 갈등을 빚게 됐다.

서초구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부터 상가, 주민, 구청이 한자리에 모여 수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또 매년 상가 측을 방문해 보행자 위주의 교통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횡단보도 신설 동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15년여의 끊임없는 소통노력 끝에 지난해부터 상가 측에서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데 동의를 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돼 있는 상권을 회복·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광특구 지정’ 등 민·관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이다. 민선 8기 전 구청장은 이를 적극 받아들여, 고터·세빛 전체를 잇는 관광특구 지정 검토에 들어갔고, 이런 구청의 노력들이 고투몰 상인들을 움직이게 했다. 올해 1월 17일 구청장을 방문한 고투몰 상인대표(대표 정귀연)와 임원들은 모두 횡단보도 신설에 찬성하며, 15년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서초구의 보행복지는 단순한 횡단보도 신설이 전부가 아니다. 전국 최초로 대형차를 구분·식별할 수 있는 ‘AI 신호등’을 설치해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까지 함께 고려한 것이다. 고속터미널 대형버스와 우회전 차량이 많은 반포동사거리에서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대형 차량의 접근 시 LED 표지판을 통해 사전에 알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반포동사거리 횡단보도 완전개통은 서초구가 15년여간을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상인들과 소통하면서, 발전적 미래지향 해법을 실현한 주민갈등 해소, 민·관 상생의 모범사례로 눈길을 끈다.

전 구청장은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비결’에 대해 “진심(진정성)은 통한다”고 짧게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분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충분히 공감합니다. 또 주민분들에게는 보행권을 보장해줘야 했습니다. 다 같이 살 방법을 찾아야 했지요. 그런데 답은 아주 가까운 데 있었어요. 바로 ‘정성’입니다. 정성을 들이면 화답이 돌아오고, 그러면 긍정적 소통이 시작됩니다.”

‘서초구에 사는 것이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이라는 목표 아래 구정을 실현해가고 있는 그는 “이 자부심은 누구도 소외되거나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