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화영 항소심 판결 난 19일 ‘반인권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안’ 법사위 1소위 통과
민주당 "비상계엄 관여자 엄벌"…내용 보면 ‘검사 증거위조’도 국가범죄 규정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방북 비용을 대납받은 혐의 등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계엄 정국’을 이용한 ‘이화영·이재명 방탄법’ 끼워 넣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사위는 법안1소위원회에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국가로부터 반인권적 범죄를 당하면 공소시효,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 법안이 규정한 반인권적 범죄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받던 중 살인, 폭행, 가혹 행위를 당한 경우도 적용된다. 수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증거를 위조한 경우 역시 반인권적 범죄로 규정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피해자에게 소멸시효 없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12월 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계엄이 성공했거나 군인·경찰·시민 간 유혈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지휘부든 누구든 처벌하겠다는 국가·국민 인권선언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의 설명과 달리 이 법안은 12·3 계엄사태 이전인 올해 7월 2일 박홍근 의원, 8월 14일 김용민 의원, 11월 19일 장경태 의원, 11월 21일 서영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4건의 법안을 통합·조정한 법안이다. 이들 4명은 모두 민주당 의원이며, 법안에 이름을 올린 공동 발의자들 역시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법조계에는 민주당이 ‘계엄사태’를 이용해 사실상 이화영·이재명 방탄법을 끼워 넣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이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날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 문주형)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부지사 항소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했다. 일부 감형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등을 대납한 것이라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또 "경기도의 방북 초청 요청 움직임과 쌍방울 측의 방북 비용 지급 사이에 밀접한 시간적 관련성이 있다"며 "경기도가 방북 초청을 요청하는 시기에 쌍방울 관계자들이 대거 외화 밀반출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제기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허위진술을 했다는 주장과 검사실 술파티 회유 주장 등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2020년 김 전 회장에게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하고, 그 대가로 쌍방울그룹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 등을 약속한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이 이 전 부지사가 주장한 검찰의 ‘술판 회유’나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을 모두 인정하지 않자 민주당이 이 대표 연루 의혹을 부인하기 위해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재판을 계속 지연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에) 수사 담당 공무원의 증거위조 혐의를 국가범죄로 규정하는 억지가 포함됐고,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1소위를 통과한 타이밍도 공교롭다"며 "검찰이나 수사검사에 대한 민·형사소송을 추가 제기하고 국회에서 부각하는 방식으로 사법리스크 지연책을 쓸 교두보를 마련해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수 야당이 입법권을 이용해 어떤 정치기술을 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덧붙였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