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검도관에서 윤민지(왼쪽) 초단이 박서윤 초단을 상대로 머리 치기 공격에 성공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 뻔하지 않고 Fun한 생활체육 - 2. 여성 검도

고덕검도관 관원 20%는 여성
10~60代까지 연령대도 다양
심신 모두 단련하는 운동 각광

“남녀노소 함께 즐기기에 제격”

지난 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검도관. 호면 사이로 보이는 윤민지 초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상대의 미혹(迷惑)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듯 상대의 들숨과 날숨 사이를 헤아릴 태세다. 뒷발은 용수철처럼 튀어나갈 도약준비를 위해 세워져 있고, 중단자세의 칼끝은 상대의 목을 향하고 있다. “머리∼” 힘찬 기합과 함께 쭉 뻗은 윤 초단의 죽도가 활처럼 휘어지며 전광석화같이 상대 박서윤 초단의 정면 머리에 닿았다. 방심하지 않고 상대의 재역습에 대비하는 존심(存心) 동작도 이어지며 완벽한 한판. 오롯이 검과 몸이 하나가 되는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의 순간이었다. 작은 숨소리조차 허용하지 않을 것만 같은 두 수련생의 기합이 울린 고덕검도관은 오후 8시를 넘긴 늦은 시간에도 검도를 수련하는 생활체육인으로 가득 찼다. 수련 경력을 의미하는 검력 36년의 김치만 8단, 검력 30년의 박혜연 7단 부부가 함께 수련하는 이곳 검도관에서 만들어내는 기합은 밖까지 들릴 정도로 우렁찼다.

관원마다 검력의 차이는 있지만 얼굴을 보호하는 호면 사이로 새어 나오는 진지한 눈빛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별과 나이의 구분 없이 다양한 이들이 함께 어울려 한 시간 남짓 수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성인과 대학생 등이 주로 수련하는 늦은 시간이지만 여성 관원이 절반이나 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들을 지도하는 여성 관장인 박 7단은 “검도는 흔히 근력을 써야 하는 종목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남성 관원의 비율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검도는 남녀노소가 함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목”이라며 “대회 때는 어쩔 수 없이 나이와 성별을 나눠 겨루지만 평소 수련할 때는 남녀의 구분, 실력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덕검도관은 전체 관원 중 20% 정도가 여성이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날 만난 여성 관원들의 구성도 다양했다. 20년가량 꾸준하게 검도를 수련했다는 대학원생 최윤선(34) 씨는 “검도를 통해 해방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키가 작은 편이라 학교 다닐 때 소심한 편이었는데 체급 구분이 없는 검도를 통해 나보다 키가 큰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쾌감이 좋았다”고 검도 수련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제는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검도관에 와서 크게 기합을 지르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땀을 흘려야 속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는 최 씨는 “지금은 남자친구에게도 검도를 추천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서윤 초단이 호면을 착용하면서 머리끈을 조이고 있다. 심만수 기자

여자축구선수 출신으로 운동신경만큼은 자신 있다고 자부하는 여대생 박서윤(21) 씨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검도에 입문해 학업을 위해 잠시 죽도를 내려놓았지만 대학 입시를 마친 뒤 곧장 검도관을 다시 찾았다는 박 씨는 “검도는 근력과 유산소, 정신수양까지 모두 가능한 효율적인 운동”이라고 했다.

검도는 상대적으로 젊고 힘 있는 20∼30대 여성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또 직장을 다니면서도 짬을 내 굵은 땀을 흘리는 중장년 여성 관원도 검도를 수련하고 있다.

내년 봄 2단 승급을 준비 중인 44세 직장인 이미경 씨는 남편과 함께 검도를 수련한다. “직장은 물론이고 아이를 키우며 얻는 스트레스까지 검도를 통해 풀고 있다”는 이 씨는 “대련으로 부부싸움을 대신할 때도 있다. 그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남편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부부가 함께 수련하는 즐거움을 소개했다. 특히 이 씨는 “검도를 하며 수련 과정에 지칠 수 있는 시점에 한 단계 성장한 내 모습을 확인할 때 나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다. 그 덕분에 회사에서 힘든 일이 생겨도 부딪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검도 수련의 긍정적인 효과를 소개했다.

이날 만난 수련생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박필화(61) 씨는 검도 수련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경우다.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박 씨는 젊은 시절 1년가량 경험했던 검도를 지난 2월부터 다시 수련하고 있다. “과로 때문에 몸이 아파 규칙적인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검도를 다시 시작했다”는 박 씨는 “최근 몇 년은 신체검사에서 근육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지난 8월 검사에서는 온몸의 근육이 늘어난 결과를 확인했다”고 직접 경험한 검도 수련의 효과를 전했다. 특히 박 씨는 “60대 이상의 여성도 에어로빅을 하는 정도라면 충분히 검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검도 효과를 알리고 있다”고 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