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야당 경고·우발성 주장했지만
장기적인 준비 정황·진술 나와
1500명 규모의 계엄군 투입도

12·3 비상계엄이 ‘야당에 대한 경고성 조치’였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관련 담화와 달리 윤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검·경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무려 1년 전부터 ‘비상조치’ 관련 언급을 했다는 증언이 확보된 데다, 계엄 당시 1500여 명의 계엄군이 화기와 1만 발 이상의 실탄을 소지한 사실도 확인됐다. 계엄군 측이 만약의 소요 사태에 대비해 시민을 상대로 전차·장갑차 등 기갑전력을 투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계엄 당일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방첩사령부·정보사령부 등은 총 1500여 명 규모의 계엄군을 투입했다. 특전사는 707특임단 197명, 1공수여단 400명 등 무려 1139명을 동원했다. 방첩사도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등에 200여 명을 투입했다. 특전사와 수방사는 버스와 오토바이·전술차량 등 군용 차량 107대를 동원했고, 특전사 707특임단 대원들을 태운 블랙호크 헬기 12대도 국회로 비행했다. 이들 계엄군은 저격용 총과 K1 기관단총·권총 등 화기를 지참한 가운데 삼단봉·테이저건·드론재밍건까지 휴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출된 실탄도 확인된 것만 1만 발가량이나 된다. 다만 군은 개인별로 실탄을 지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12월 군 지휘부와 만난 자리에서 ‘비상조치’ 등 계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나오고 있다. 구속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최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12월쯤 사회 문제를 걱정하며 “비상조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엔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과 10·11월에도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과 회동하면서 계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고, 특히 마지막 회동에선 계엄이 직접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 계엄은 안 된다. 군인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수개월에서 1년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해 온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감사원장 탄핵·예산 삭감 등 윤 대통령이 내놓은 계엄의 명분과 맞지 않아, 향후 수사 및 탄핵심판 과정에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3일 계엄이 선포되기 4시간여 전부터 경기 성남시의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이 있었다는 의혹도 이날 제기됐다. 북파공작원(HID) 등 정보사 특수임무 요원 30여 명이 모여 있던 이 건물에 불려간 구 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별도의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기갑부대장이 정보사에 불려간 것은 유사시 시위 진압이나 정치인 체포 등의 목적으로 장갑차·전차 등을 투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에 대해 “좀 더 체크해 봐야 될 것 같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