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수취거부 서류 전달 막혀
우체국 발송시점‘송달완료’검토

헌정 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맡게 된 헌법재판소가 19일 사건 접수 후 첫 재판관 평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탄핵심판 논의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가 보낸 탄핵심판 서류를 4일째 접수하지 않자 송달 간주 방식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청사에서 시작된 정기 재판관 평의에 민형배 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 6명 모두 출석해 윤 대통령 탄핵사건을 비롯한 주요 사건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 재판관 평의는 매주 한 차례씩 재판관 전원이 모여 헌재에 계류된 사건 쟁점을 논의하는 비공개회의다. 주심이 사건 쟁점에 대한 검토 내용과 연구관들의 쟁점 정리 보고서 등을 요약·발표하면 나머지 재판관들이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에는 변론 종결 후 매일(휴일 제외) 해당 사건에 대한 평의를 열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윤 대통령 측 송달 거부에 따른 재판 절차 진행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한 헌재는 16일 윤 대통령 측에 인편·등기우편·전자 등 3가지 방식으로 탄핵소추의결서 등을 보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수취 거부하고 수령증을 발급하지 않아 윤 대통령 본인에게 전달됐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평의에서는 윤 대통령 측에 보낸 필수서류들이 이미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서류 송달 절차를 완료할지에 대해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우체국을 통해 등기우편을 발송한 시점을 송달 완료로 보는 ‘발송 송달’ 등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송달 간주 여부는) 재판관들이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헌재는 신속 심리에 방점을 두고 16일 첫 재판관회의를 여는 등 속도전을 예고했다. 헌법연구관 10여 명을 투입한 태스크포스(TF)도 이날부터 가동됐다. 17일에는 윤 대통령 측에 계엄 포고령과 국무회의 회의록 등 증거목록을 24일까지 제출하라고 준비명령도 내렸다. 이날 평의에서 재판관들은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이 추후 제기할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사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절차위반 및 계엄 과정의 불법성 여부, 계엄 행위가 헌법상 ‘폭동’에 해당하는지 등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한·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