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등으로 연말 특수 분위기가 사라진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경제 사면초가

신용카드 사용액수 7.6% 감소
심리 위축이 내수부진 이어져
‘계엄 청구서’ 눈덩이 불안감

환율 1430원대 고공행진 지속
트럼프 리스크 등 수출도 둔화

비상계엄·탄핵 가결 여파로 국내 경제의 내수 침체가 심화하면서 올해 2%대 경제 성장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인 1.9%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정지로 불확실성에 대응할 범정부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점도 ‘계엄 청구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12월 1~7일) 일주일간, 신용카드 일 평균 사용액은 2조4796억 원으로 지난달 일 평균 사용액(2조6854억 원) 대비 7.6%(2058억 원)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놓고 봐도 11월 3.28%에서 12월에는 3.00%로 증가 폭이 둔화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발표한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을 통해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경제 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민간 소비는 일시적으로 감소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민간 소비 등 내수 위축뿐 아니라 수출까지 둔화하는 복합 위기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충격 여파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 등에 대한 추가 관세 계획을 밝힌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와 충전소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고 자동차·부품·배터리 소재 등에는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산업 육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지난 7월 13.5%(전월 동기 대비)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 11월에는 1.4%까지 줄었다. 지난달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9%로 낮춘 한은 내부에서도 이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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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는 투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국 진정에도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증시는 연이은 외국인 이탈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36.6원으로 전날 대비 0.5원 하락한 상황이다. 코스피 지수도 2478.90을 기록, 전날 대비 0.90% 올랐다. 증시의 경우 지난 9일 이후 6거래일간 이어졌던 외국인 매도 우위 움직임이 오전 장중(11시 기준, 1422억 원 순매수)에는 멈췄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거래일(16~17일) 동안 무려 1조1358억 원이나 한국주식을 팔아 치웠다.

다만 윤 대통령 직무 정지 이후 경제 심리지표인 뉴스심리지수가 소폭 회복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뉴스심리지수는 지난 11일 77.47로, 2022년 12월 2일(77.32)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가결 후인 16일 85.35로 반등했다. 뉴스심리지수는 경제 분야 언론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 지표로 통상 소비자심리지수(CCSI)보다 1개월 정도,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보다 2개월 정도 선행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경제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 경제 심리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병남·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