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국힘서 협의체 거부하자 다시 제안
오후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만나 경제행보

국힘, 법원에 ‘이재명 재판지연 방지’ 탄원
여야 ‘대선 주도권 다툼’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여야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국 혼란을 수습하는 방안으로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한 데 이어 16일 오후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과 면담하는 등 연일 대선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의 협의체 제안을 거부한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연루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한편 빠른 시일 안에 전열을 정비해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을 안정시키고 민생을 회복하는 데 ‘네 편, 내 편’이 어딨겠나”라며 “국정안정협의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동의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이 모든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도 좋으니 꼭 참여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름·형식·내용 어떤 것이어도 상관없다”며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경제·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하자. 여당 사정이 어려운 것을 이해하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더 나은 삶 아니겠나”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15일)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다. 민주당이 국정 운영의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 대표 제안을 거부하자 재차 압박에 나선 셈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여야는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다. 민주당·국민의당 등 야권은 여당을 향해 ‘친박(친박근혜) 지도부 교체’를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여권 주류인 친박계가 당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논의 동력을 상실했다.

이 대표에 맞설 확고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여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다시 부각하고 있다. 이 대표가 기소된 5건의 재판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다. 1심 선고 이후 항소심과 최종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270조 규정이 지켜진다면 이르면 내년 5월에도 확정판결이 나올 수 있다.

여권은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으면 중도층 표심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이 대표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반복적으로 수령하지 않고 있다”며 이날 오후 서울고법에 재판 지연 방지 탄원서를 낼 예정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