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성명(왼쪽) 강남구청장이 지난 10월 2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엑스포에서 해외 기업 참가자들에게 한국 뷰티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남구청 제공

■ 청담·압구정 지역 ‘미용·메이크업’ 관광객 몰려

연예인들 찾는 헤어숍 등 밀집
외국 관광객 중심 예약사례 ↑
“가족 동반 재방문 고객도 늘어”

지역 화장품 제조사들도 두각
작년 수출액 9200억 전국 2위
區 “독창적 뷰티산업모델 발굴”

서울 강남구가 K-뷰티 메카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2000년대 들어 한류 바람이 일기 시작하며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이제는 K-컬처를 선도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수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하러 한국을 방문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리고 있다. 이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한국의 화장과 뷰티 케어 문화를 즐기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청담동과 압구정동의 미용실로 몰리고 있다.

지난 4일 찾은 박준뷰티랩 청담점에는 외국인들이 화장과 머리 손질은 물론 이곳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두피 케어를 즐기고 있었다. 얼핏 봐도 손님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배보름 대표원장은 “하루 방문객 중 60∼70%가 외국인 손님”이라며 “유럽과 미국에서 온 고객이 많고, 한 번 방문 후 가족을 동반해 재방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미용실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배 증가했다. 거래액 또한 약 4배 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중국·일본·대만 관광객의 하나카드 결제 소비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중국인의 미용실 이용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66.7%, 대만은 106%, 일본은 78.1%가 늘었다. 특히, 청담·압구정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의 미용·메이크업 이용이 집중된 지역으로 조사됐다.

K-뷰티를 즐기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이유는 연예인이 즐겨 찾는 뷰티·미용 업종 숍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청담동과 압구정동은 오랫동안 패션과 트렌드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왔고, 여기에 더해 피부·성형 클리닉도 모여 있어 의료관광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강남구를 방문하는 의료 관광객 중 70% 이상이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찾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의료관광 진료 과목은 피부과 48.2%, 성형외과 22.7%, 내과 10.5% 등 순이었다. 일본과 중국에서 주로 한국을 방문하는 20∼30대의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이처럼 트렌디한 스타일링을 제공하는 미용실과 첨단 의료 서비스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강남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강력한 매력을 발산하며 K-뷰티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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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가 K-뷰티 중심 도시로서 갖고 있는 또 다른 경쟁력은 화장품 산업에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강남구의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6억6000만 달러(약 9200억 원)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1∼10월 누계 기준 7억67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 수출액을 넘어섰다. 강남구 관계자는 “1위인 인천 중구는 인천항 등에 따른 물류·중개업체 실적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기업체 수출액으로만 따지면 실질적인 1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내 화장품 제조업은 41개, 책임 판매업은 2379개로 이 둘의 합은 전국의 약 8%를 차지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이 화장품 수출액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합리적 가격에 우수한 제품을 출시하는 중소기업이 활약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소이, 데이지크, 코스알엑스 등 화장품 애호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브랜드들이 강남구에 자리 잡고 있다.

조 구청장은 강남 뷰티의 저력을 직접 해외에 알리기 위해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1일까지 동유럽 통상촉진단을 직접 이끌기도 했다. 이 기간 강남구는 10개 업체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와 이스탄불 수출 상담회에 참가했다. 참여 기업들은 미용 분야 기업에서 고주파 마사지기, LED 셀라이너(LED와 근적외선, 미세 전류 등을 이용한 피부 관리 기기), 기초·색조 화장품, 마스크팩, 유아용 샴푸 및 보디워시 등을 선보였다. 통상단은 수출 상담 3958만 달러, 업무협약(MOU) 체결액 742만 달러라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강남구와 함께 해외 박람회에 세 번 참가한 ‘큐비스트’는 고주파 마사지기와 LED 셀라이너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다양한 판로 개척을 통해 향후 예상 거래 규모가 222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영우 대표는 “강남구 통상촉진단 및 전시회 참가 등의 지원사업을 통해 전 세계 바이어들과 만날 수 있어 판로 확대에 나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 구청장은 “K-뷰티는 이제 단순한 산업을 넘어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한국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며 “의료·미용·화장품 분야가 융합된 강남만의 독창적인 뷰티 산업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K-뷰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뷰티 메카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