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동을 “야당 폭주에 대한 경고용”이라고 했으나, 상반되는 증언들이 쏟아진다. 윤 대통령 발언 취지는, 의석수를 이용한 야당의 국회 폭주가 정부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여서 이에 대한 경각심만 불러일으키려 했다는 것이지만, 국회 권능을 중단시키려 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새빨간 거짓말이 됐다. 계엄 선포의 위헌·불법성은 차치하고, 윤 대통령 발언의 신뢰까지 붕괴했다. 법원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윤 대통령은 내란의 우두머리로서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 가능성도 현실화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면서 “현장 지휘관이 안 된다고 해 진입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한동훈 대표 등 체포자 14명의 명단을 하달하고 수도방위사령부 내 구금시설까지 사전에 점검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보사와 방첩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서버를 통째로 들고나오려 했던 것도 계엄 목적이 부정선거 증거를 찾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본격화하면 더 구체적인 상황이 확인될 것이다. 이런데도 경고용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 주변과 여당 내 친윤 인사들에게서 예사롭지 않은 정황이 포착된다. 윤 대통령은 7일 담화에서 임기 단축 등 자신의 거취를 ‘우리 당’에 일임한다고 했지만, 퇴진 로드맵이 구체화하자 이를 거부하고 탄핵 심판에서 정당성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한다. 칩거 중에도 친윤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구명 활동을 벌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12일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이 출마했다. 친윤 인사들은 윤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윤 대통령 일탈을 부추기거나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이준석·김기현 대표 축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반대 등에 앞장서고 각종 선거 공천에 관여했다. 지금도 계엄해제에 앞장선 한 대표를 ‘배신자 프레임’으로 묶어 몰아내려는 시나리오가 나돈다. 국민과 상식의 눈높이에서는 발악이라고 보일 정도의 몰염치한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