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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족벌주의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도자들이 자신의 친·인척에게 주요 직책을 맡기는 족벌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는 미국과 달리 족벌주의를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조코 위도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위인 보비 나수티온은 지난달 27일 지방선거에서 북부 수마트라 주지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를 이끌었던 조코위 전 대통령은 퇴임 전 선거법까지 개정해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부통령이 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데 이어, 차남인 카에상 팡아릅의 주지사 출마를 위해 선거법상 연령 제한 규정을 바꾸려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사위가 당선되면서 조코위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놓지 않고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쏟아지고 있다. 조코위 전 대통령은 골카르당 총재에 최측근을 앉히면서 장남 대통령 만들기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태국 정치는 탁신 가문의 족벌주의 영향력하에 있다. 지난 8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최연소 신임 총리로 선출되면서 부패 혐의와 권력 남용 혐의를 받던 탁신 전 총리는 하루 만에 사면받아 자유의 몸이 됐다. 1986년생인 패통탄 총리는 가족 회사 중 호텔과 리조트 관련 계열사를 맡아 경영하다 2021년 푸아타이당에 합류해 지난해 10월 당 대표에 올랐다. 외신들은 정치 경험이 짧은 패통탄이 총리가 된 데에는 탁신 가문 출신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CNN은 “패통탄의 지명과 선출 과정은 태국의 정부 권력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뚜렷하게 보여준다”며 “탁신 가문이 태국 정치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탁신 가문은 2001년 탁신 전 총리, 2011년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뿐만 아니라 2008년 탁신 전 총리의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도 잠시 총리직을 맡은 적이 있어 가문에서만 네 명의 총리가 나왔다.

니카라과에서는 부부 공동 대통령이 탄생할 전망이다.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자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를 공동 대통령으로 승격시키는 개헌안이 만장일치로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헌안에는 공동 대통령제를 명문화했고, 임기를 5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등 대통령 부부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니카라과 헌법에 따라 개헌안이 발효되려면 2025년 1월 국회에서 2차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여당이 다수당이어서 최종 승인이 확실시된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