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에 원전 주가 폭락
‘사실상 기권’ 국민연금 큰몫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던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안이 사실상 계엄령 여파로 제동이 걸렸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명간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임시 주총을 취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재편에 6개월의 시간을 쏟아 온 만큼 임시 주총 취소 결정 이후에는 향후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비상 계엄령 사태가 두산의 사업 재편 무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계엄 사태 이후 현 정부의 원전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며 2만1000원 이상을 유지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최근 일주일 새 20% 가까이 급락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3일 2만1150원으로 마감했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 1만7270원으로 18.35% 하락한 상태다. 이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전날(9일) 15차 위원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에 관해 ‘조건부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이날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 ‘찬성’, 낮거나 같은 경우는 ‘기권’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기권으로 해석된다.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만890원·두산로보틱스가 8만472원이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국민연금 한 곳만으로도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한도(6000억 원)를 넘어서 분할합병이 어려워진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은 30.39%에 불과하다”며 “다른 주주들의 압도적 찬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에 국민연금뿐 아니라 소액 주주를 설득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이번 임시 주총 개최를 취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