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주총서 분할합병 표결
의결권 자문사 의견 엇갈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면서 팽팽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3분기말 기준)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금명간 찬반 입장을 정할 방침이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2일 각각 임시 주총을 개최한다. 주주들은 이 자리에서 두산그룹이 원전 주기기 제조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건설 기계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분리해 로봇기업인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보유지분 46.06%)을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고, 해당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식 교환 비율을 둘러싸고 ‘소액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두산 측에 합병·분할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의 합병 비율을 상향 조정한 뒤에야 금감원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등 핵심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성장 가속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은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가 희생될 우려 등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두산로보틱스는 최대주주인 ㈜두산 지분이 약 68%로 주총 통과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최대주주인 ㈜두산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약 31% 수준에 그치고, 소액주주의 지분은 약 65%에 달해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