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신원 기밀인데…실명·얼굴공개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 진입 부대를 지휘했던 김현태(오른쪽) 제707특수임무단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출동후 곽 前 사령관이 지시해
“계엄 해제안 가결 우려했던 듯”

“계엄선포 직후 국회 출동명령”
‘국회장악의도 無’ 해명과 배치
“부대원, 金에 이용당한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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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대령) 707특임단장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국회 출동 명령을 받은 시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후인 3일 오후 10시 30분쯤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오후 10시 23분 대국민 담화를 시작해 10시 28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군이 그 즉시 국회 출동 명령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여권 관계자들이 이번 계엄 의도와 관련해 “계엄을 선포하고 1시간 뒤에야 군이 국회에 들어갔다” “실제 국회 장악 의도는 없었다”고 한 해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 단장은 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통령 계엄령 발표가 10시 23분쯤 있었고 저는 10시 30분 넘어서 사령관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 지시는 바로 출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제가 바로 가능하다고 하자, 그럼 빨리 국회로 출동하라면서 헬기 12대가 올 거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 말만 듣고 부대원들을 다그쳐 출동 준비하는 데 20∼30분 걸린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여권 관계자들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야당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꺼낸 최후의 카드”라며 국회 장악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 근거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1시간가량 뒤에야 군이 국회에 들어간 사실을 들었다. 그러나 실제 국회 진입 지시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후 약 10분 만에 이뤄졌다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단장은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 등 2개 건물 봉쇄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몸싸움과 창문을 깨고 건물에 진입하라는 것 모두 제가 지시했다”며 “당시는 몰랐지만, 몰랐던 것도 저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는 “1∼2분 간격으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한테서) 전화가 왔고, ‘국회의원이 (의사당 안에)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였다”고 전했다. 국회의원 숫자와 관련된 언급은 4일 0시에서 0시 30분 사이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 단장은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우려했던 것 같다”며 “(사령관이) ‘의원이 늘고 있다, 150명 넘으면 안 된다, 진입이 되느냐’고 물으셔서 저는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곽종근) 사령관도 정확히 계엄에 대해 몰랐던 것 같다”면서도 이어 “최근에는 (사령관이) 풍선도발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거란 내용을 강조했다. 당일은 그와 관련된 훈련을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신원이 기밀에 해당하는 그는 마스크나 선글라스 없이 나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섰다. 김 단장은 “707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며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고 밝혔다.

707특임단은 지난 3일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UH60 헬기 12대를 나눠 타고 도착해 국회 경내 진입 시도를 한 계엄군 핵심 부대다. 평시 국가급 대테러 특수부대이며, 전시·준전시 상황에는 참수작전 등 국가 차원 극비임무를 수행한다.

정충신 선임기자, 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