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빅터 차 한국석좌가지난 2021년 워싱턴에 위치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빌딩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방미단과 면담을 갖고 있다. 뉴시스

비상계엄, 중국, 북한, 러시아 위협 속에 정치 불안 초래
여당 탄핵에 미온적, 민주주의 회복력 여전히 불확실


미국의 한국 전문가로 통하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석좌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강한 어조로 비난하며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가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두 번째 비상 계엄이 터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 경우 미국이 한국에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의 반 세기 만에 한국에서 비상계엄을 발동했다"며 "그의 행동은 중국, 북한, 러시아의 위협이 가중되는 가운데 한국에 장기적 정치적 불안정의 시기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현 시점에서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결과는 현직 대통령의 해임이지만, 이 과정의 시간과 방식은 한국, 미국, 전 세계에 높은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차 석좌는 "2022년 윤 후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당시 선거 부정 등을 거론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2021년의 워싱턴처럼 대규모 습격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았다"며 "이는 한국이 아시ㅏ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민주주의 국가인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 석좌는 "계엄은 끝났지만 여전히 여당은 그의 탄핵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 서울 중심부에서 민중들의 시위를 촉발시켰다"며 "어떻게 끝날 지 모르지만 군이 거리로 돌아오는 악몽같은 시나리오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분노와 좌절감으로 가득한 윤 대통령이 두 번째 비상 계엄 선포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 민주주의 회복이 상당히 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차 석좌는 "미국은 지금까지 어느 쪽에도 동조하지 않고 한국인들이 위기 해결을 모색하는 동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그러나 두 번째 비상 계엄 선포 때는 동맹과 아시아, 경제 안보, 유럽 전쟁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전반적인 외교 정책을 유일하게 확고하게 지지해 온 한국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손을 강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