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시사저널 TV 캡처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이전에는) 탄핵 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 스스로 탄핵 사유를 만들어 안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의 ‘비상계엄 사태’ 특집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제가 지금 김민석 의원하고 추미애 의원한테 사과를 한다"며 "그때도 괴담 퍼트리지 말라, 선동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 실화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사법부를 압박하고 10여명 탄핵을 추진하고 정부 예산안을 감축했다는 게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부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들인데 이걸 계엄으로 풀려고 했다"며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만 내릴 수가 있는데 지금 비상사태라고 느끼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대통령 본인과 김 여사에겐 비상일지 몰라도 국민 누구도 동의 못할 계엄이다. 반박할 가치도 못 느낀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계엄 선포가 내용면에서는 물론 법적으로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는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이 발동되면 국회에 즉시 통보해야 하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도록 의원들을 국회로 모이게 해야 하는데 거기에 국방력을 투입했다"며 "실제 통제 때문에 본회의에 못 들어간 의원들이 꽤 있다. 의원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인데 그 기능을 막은 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탄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이번엔 인용 가능성이 100%다"라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사실 그동안은 뚜렷한 탄핵 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 대통령 스스로 탄핵 사유를 만들어 안겨준 셈이다. ‘날 탄핵해주세요’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라이브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와 관련해 세 가지 가능성을 주장했다. 우선 그는 "(윤 대통령이) 굉장히 우경화돼 일종의 정치적 광신에 빠진 거다"라며 "그는 맨날 극우 유튜브만 보고 거기서 떠드는 얘기를 받아 이야기하지 않나. 삼일절·광복절 축사만 봐도 그렇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그 세계 안에 갇힌 것 같다"며 "대통령실도, 내각도, 여당도 계엄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 않나. 일종의 하나회 비슷한 써클 안에 갇혀 종말론적 생각에 이런 일을 저지른 게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가능성으로는 명태균 게이트를 언급했다. 진 교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 가설을 제기하더라"며 "위기의식을 느껴 이를 덮기 위해 큰 사고를 친 것 아닌가. 아직 근거는 없지만 (윤 대통령이) 뭔가 굉장히 쫓기는 게 있는데 그게 혹시 명태균 게이트가 아니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홧김에 그냥 저지른 게 아닌가"라며 "야당은 계속 탄핵을 거론하고, 예산 삭감하고, 여당은 한동훈도 난리가 아니니 화가 났던 것 아닌가 하는 가설도 있지만 어느 쪽으로 봐도 합리적인 추측이 안 되기 때문에 온갖 가설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끝으로 "확실해진 건 윤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과는 굉장히 다른 세계에 혼자 살고 있으며 현실 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분이 과연 계속 대통령직을 유지해도 되는가, 유지할 만한 상태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져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