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어머니 살아 계실 때 따뜻하게 손을 잡아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눈물로 후회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그립습니다 - 나의 어머니 (서춘애·1936~2019)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홀로 4남매(2남 2녀)를 키웠습니다. 부모가 함께 자식을 낳아 키워도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직장 생활 한번 안 하시면서 자영업을 하며 혼자 힘으로 4남매를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머니는 소문난 미인이셨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면 주변 사람들이 어머니의 얼굴을 힐끔거리는 게 정말 싫었습니다. 그런 어머니는 4남매를 버리지 못하고 키우시면서 힘없이 늙어가셨지요.
어머니는 딸들만 있다가 30대 중반에 가진 큰아들을 정말 이뻐하셨습니다. 중학생이던 1980년대 초중반 무렵 반에서 한두 명 신는 메이커 신발을 사서 신기셨습니다. 못나고 철없던 아들은 돈벌이가 여의치 않고 하루하루 생활하시기도 힘드셨을 어머니에게 메이커 신발을 사달라고 때때로 졸랐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정말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하였지요. 공부는 뒷전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기에 오토바이 사고, 싸움박질에 경찰서를 몇 차례 드나들었고, 그때마다 자존심이 세셨던 어머니는 경찰관, 피해자분들에게 아들을 빼내려 굽신거렸습니다.
아들이 군에 갔을 때, 광주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자주 면회를 오셨습니다. 뭐가 그리 아들이 보고 싶다고…. 한번은 눈이 내리는 토요일 밤 9시쯤 행정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가 면회 오셨는데 나갔다가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복귀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그때가 비상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미리 전화 연락도 할 수 없었던 당시에 아들을 보려고 일찍 출발하셨는데 폭설이 내려 밤늦게 양구에 오셨고, 면회가 힘든 상황에서도 눈이 많이 와 못 간다는 택시 기사님을 설득하여 민간인이 갈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인 오천터널 검문소에 도착하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면회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아들 꼭 봐야 한다’고 고집을 피워 아마도 그곳 책임자와 부대 책임자분이 배려해 주셔서 부대에서 미니 군용 트럭을 타고 나가 어머니를 만나 하룻밤 자고 아침 일찍 부대에 복귀했었지요. 아들 30개월 군 생활 중 일 년이면 몇 번씩 거의 10시간이 걸리는 거리(광주∼서울∼춘천∼양구)를 때로는 동생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오셨습니다.
직장을 잡고 결혼하여 독립하였으나 넉넉지 않은 생활은 궁핍한 어머니를 애써 외면하였고, 게다가 어머니와의 사소한 다툼은 저를 비딱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자주 찾지도 않는 어머니의 집을 명절에 찾아가도 자고 가라는 말을 흘려버리고 집이 좁아 불편하다며 서둘러 나와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런 아들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이런저런 음식을 싸주시면서 가져가라고 하면 “뭘 이런 거 주냐”고 투덜대기까지 했으니….
노년에 어머니는 참 많이 아프셨고, 병원을 들락거렸는데 못난 아들은 좋아질 거라고 애써 외면하며 살뜰히 챙기지 않았습니다. 병실에서 손이라도 잡아 드렸으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의식을 잃고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지셨고 의식 없는 그때 아주 오랜만에 어머니 손을 잡아봤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어머니는 말썽꾸러기에 사회인이 되어서는 어머니를 둘러보지 않는 그런 아들을 떠나가실 때까지 단 한 번도 외면하지도 떠나보내지도 못한 채 마음 쓰며 잘 지내고 건강하라 기도하셨을 겁니다.
철없던 아들은 이제야 어머니 생각에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살아 계실 때 바보같이 어리석게 행동해 죄송하고, 후회됩니다. 그리고, 엄마 많이 보고 싶어요.
아들 김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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