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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결혼을 전제로 만난 5년 된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점점 말다툼이 잦아지고 자녀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결국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 다시 만나기는 어렵고 그 사람에 대한 마음도 많이 정리됐습니다. 아직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고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연애를 해야겠죠? 친구들 결혼식에 가거나 가족모임이 있으면 외로운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싫어 ‘난 별로 연애 생각이 없다’ ‘결혼 생각도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할수록 내 진심과 다른 것 같고, 가식적으로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런 거짓말을 하면서 사는 것도 하나의 병일까요? 계속되다 보면 마음의 병이 될 수 있을까요?

A : 연애 바라면서도 두려움이 공존… 솔직하게 자신을 돌아보길

▶▶ 솔루션

오랫동안 연인이 있었다면 연인이라는 존재뿐 아니라 늘 연인이 곁에 있는 상황이나 위치 자체가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두 사람 간 관계뿐 아니라 다른 사회생활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이지요. 굳이 짝을 찾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익숙해져 있다가 지금은 이별해서 그렇지 않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매사에 의도적인 거짓말이 반복되면서 타인에게 심리적 피해나 금전적 손해를 끼치거나 단지 허세를 부리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면 병적인 거짓말로 보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만 그렇다면 그것을 꼭 병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왜 그 문제에 대해 거짓으로 내 마음과 다른 얘기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 현재 연인이 없는데 있다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다는 바람 또는 내 감정을 왜곡하는 상황인데요. 이것은 거짓말보다 스스로 감정을 잘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다. 나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는 양가적 감정이 있어 그렇게 말하는 것일 수 있으니 이런 측면에서 한번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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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고려해 봐야 할 것은 내 마음과 다른 이야기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손해와 이득입니다. 금전적 부분이 아니고 심리적 손해와 이득을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다른 좋은 사람을 소개받을 기회를 놓칠 수도 있고, 결혼 압박을 피하려고 그런 거짓말을 한들 오히려 더 잔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예를 든 것일 뿐 나 스스로 주변 사람들을 위해 어떤 것이 좋은지 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모든 순간에 솔직하라는 것이 꼭 맞는 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매 순간 솔직하면 오히려 피곤할 수도 있겠지요. 현재 말씀하신 상황만으로는 당장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