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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작가 협업 ‘오디오북 2.0’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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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과 김금희의 만남
오디오북만을 위한 원고 완성
동료 배우들과 함께 낭독 참여

‘책을 듣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색했던 이 표현이 더는 낯설지가 않다. 오디오북 플랫폼에 들어가 책을 선택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전문 성우가 나긋한 목소리로 책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준다. 한 권을 다 듣는 데 드는 시간은 10시간 내외. 독자들은 이제 운전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때로는 잠드는 순간까지 일상 속에서 오디오북을 이용한다. 그런 오디오북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걸까. 최근 ‘출판계 셀럽’으로 불리는 배우와 가수, 작가가 목소리를 더하며 ‘오디오북 2.0’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출판사의 첫 책이 나오고 나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디오북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 나선 건 다름 아닌 배우 박정민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박 씨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뜻밖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꽤 오랜 기간 출판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산문집을 출간하고 독립서점을 운영한 그는 현재 자신의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책을 출간하고 있다. 최근 박 씨는 서면을 통해 “시각장애인 독자들에게 오디오북을 먼저 선물 드리고 그 이후에 비장애인 독자를 위한 종이책을 만드는 오디오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말하자면 ‘책을 만드는 공정의 역순’을 택했다”고 새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기존의 오디오북이 이미 서점에 나온 책을 성우가 낭독해주는 방식이라면 그는 오디오북을 위한 원고를 만들어 제작하고 이후에 종이책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앞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오디오북 낭독 봉사자로 참여하는 등 목소리 나눔을 이어왔던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살려 전문 성우가 아닌 동료 배우들과 함께 낭독에 참여한다. 첫 시작은 소설가 김금희의 작품이다. 박 씨는 “김금희 작가의 원고는 지난여름에 완성됐고 오디오북은 내년 봄 정도에 완성될 것 같다”며 “수익금 또한 국립장애인도서관과 장애인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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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와 신형철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 오디오북 제작
요조의 부드러운 목소리 돋보여

최근 오디오북 제작에 목소리를 더한 가수이자 작가인 요조 또한 출판계 셀럽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신형철 평론가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낭독자로 나섰다. 전체 낭독 시간은 무려 11시간 16분. 오디오북은 신 평론가가 직접 낭독한 서문을 시작으로 요조 특유의 부드럽고 리듬감 있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책을 출간한 한겨레출판의 최해경 팀장은 “최근 오디오북 제작을 원하는 독자가 많은 만큼 출판사 입장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며 “요조 작가가 앞서 책에 대해 언급해 출판사에서 섭외 요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박정민, 요조와 같은 출판계 유명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반가울 따름이다. 최 팀장은 “책과 연결점이 있고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분과의 협업은 주목도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독자들에게 반응도 더 좋다”고 전했다.

2002년 국내에 오디오북이 처음 등장한 이후 밀리의서재, 윌라와 같은 전자책 플랫폼이 커지면서 오디오북 시장은 올해 1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여기에 최근 대중성을 겸비한 낭독자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작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다. 오디오북은 종당 순수 제작비만 700만∼1000만 원에 달하는 만큼 판매가 보장된 작품이 아니라면 정부의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이나 전자책 플랫폼과의 협업이 절실하다. 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또한 2018년 종이책이 출간되고 독자들의 오랜 요청으로 6년 만에 오디오북이 처음 나왔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모든 책을 오디오북으로 만들고 싶지만 제작비가 높은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